누가 봐도 성공적인 첫 번째 올림픽을 치른 심석희는 "아직 멀었다"며 벌써부터 4년 뒤 평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심석희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1초027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스포트라이트는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른 박승희(22·화성시청)에게 돌아갔다. 물론 박승희의 금메달은 심석희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반 1위로 레이스를 펼치던 심석희는 5바퀴를 남겨두고 박승희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인코스 견제를 소홀히 한 것이 화근이었다.
언니의 1위 등극을 지켜본 심석희는 이때부터 조연을 자처했다. 심석희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판커신(중국)의 추월을 있는 힘을 다해 막아냈다.
덕분에 박승희는 비교적 편하게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체력이 크게 떨어진 심석희는 3위로 어렵게 메달권에 진입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인 심석희는 박승희가 다가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환한 미소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경기 후 심석희는 "욕심은 누구나 다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해서 나온 결과다"며 "내가 못 치고 나갔다.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침착하지 못했던 것 같다. 레이스를 풀어나가지 못했다"며 "타이밍이 안 맞았다기보다는 내가 그 타이밍을 못 잡았다.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심석희는 가장 큰 무대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심석희는 3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로 각양각색의 메달을 수집했다. 목표로 했던 3관왕 도전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차세대 쇼트트랙 대들보로 부르기에 손색없는 성적이었다.
심석희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내가 했던 것은 아직 거기에 못 미쳤다"면서 "500m를 시작으로 마지막 1000m 결승까지 모든 경기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첫 올림픽을 정리했다.
흔치 않은 3색 메달을 모두 획득한데 대해서는 "금메달이었을 때와 은메달이었을 때, 동메달이었을 때 느낌이 다 다르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성적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리에 마친 심석희는 평창 대회를 위해 더 독해지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경기를 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고 재차 강조한 심석희는 "마음이 좀 더 독하고 강해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독한 것이 아니니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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