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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군대 보낸 '고무신'들의 각양각색 발렌타인 데이 선물들

입력 : 2014-02-13 15:54:39 수정 : 2014-02-13 16: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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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소포를 옮기는 군인들.

해마다 2월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연인을 둔 남녀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진다. 각자 연인에게 어떤 초콜릿을 선물하면 좋을지를 놓고 ‘이것은 어떨까? 아니야. 저게 더 좋아보이는데?’ 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초콜릿 선물 풍습은 일본 초콜릿 제조회사의 상업적 농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본주의 상술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날만 되면 초콜릿 하나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지경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고무신’들은 여느 연인들보다 더 큰 고민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생활관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지내는 선후임들도 챙겨야 하고, 부대에서 반입을 허가하는 물품으로만 골라서 보내야 한다. 여기에 초콜릿 외에 다른 물건들까지 포장해 육중해진 소포를 우체국으로 가지고 갈 생각을 하면 움직이기도 전에 두통이 밀려올 판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남자친구를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게 인지상정. 때문에 발렌타인 데이를 전후로 군부대에 들어오는 소포의 양은 평균치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많고, 그 무게도 무겁다.

◈선물 크기만 봐도 남자친구 계급 알 수 있어

발렌타인 데이에 고무신들이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선물은 초콜릿이 제일 많다. 다만 국산 보다는 외국 초콜릿을 선호한다. 국산 초콜릿은 대개 군대 PX에서 파는 경우가 많아 흔히 맛보기 힘든 외제를 보낸다. 최근에는 고무신들이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경우도 많다.

초콜릿을 군대에 보내는 고무신들의 소포를 자세히 보면 그 남자친구의 계급을 대략 알 수 있다.

남자친구의 계급이 일병이나 이병일 경우 고무신의 소포는 매우 크고 무거운 편이다. 군대 선임들이 많은데다 PX에 자주 가기도 힘든 때가 일병, 이병 시절이므로 고무신들은 남자친구 외에 소대원 전원에게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돌린다. 포털 사이트의 고무신 카페에서는 “선후임 50명 분량의 초콜릿을 포장했어요”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데, 대개 일병이거나 이병 남자친구를 둔 고무신이 쓴 글이다(생활관 내 다른 소대원들이 모두 솔로라서 대신 챙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상병이나 병장 남자친구를 둔 고무신은 후임들까지 챙길 필요가 적다. 따라서 소포의 크기도 작다. 

◈초콜릿만 보내는 시대는 갔다! 커피, 핫팩에 화장품까지

아직까지는 초콜릿이 발렌타인 데이의 ‘대세 선물’이지만 다른 물품들을 보내는 고무신들도 적지 않다.

특히 추운 겨울임을 고려해 핫팩이나 장갑, 귀마개, 인스턴트 커피 등이 선물 목록 1위에 올라가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2월은 혹한기 훈련 기간이라 군대 내에서 보온용품의 수요가 다른 때보다 높다.

쌓여있는 눈에 반사되는 햇빛에 얼굴 피부가 상할까봐 선크림이나 에센스, 스킨 로션 등을 챙기는 고무신들도 있다.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친구에게는 수제 쿠키나 젤리, 견과류 등이 선물에 포함된다. 급식에 나오는 우유에 먹을 수 있도록 시리얼을 보내기도 한다.

과자의 반입이 금지된 신병교육대에 남자친구가 있는 고무신들은 편지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초콜릿 봉지 모양의 봉투에 손편지를 넣어 보내거나 초콜릿 향이 나는 편지지를 사용한다. 조교들이 초콜릿으로 착각하고 남자친구에게 전달하지 않을까봐 “이거 먹을거 아니에요. 편지에요”라고 겉면에 써넣는 것은 필수다.

◈비싼 선물 값에 고무신 ‘부담’

군대 가서 고생하는 남자친구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고무신들이지만,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값이 오른 초콜릿들을 보면 ‘멈칫’ 할 수 밖에 없다.

20대 초반에 입대하는 남자들의 특성상 고무신들도 대개 20대 초반이 많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상황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되는 발렌타인 데이 선물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 고무신은 “군대 가 있는 남자친구가 발렌타인 데이에 돈 많이 쓰지 말라고 하지만 선물을 안보낼 수는 없다”며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오면 초콜릿 값을 더 올려 받는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동대문구 회기동 등지에서 재료를 구입해 남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직접 만드는 고무신들이 늘고 있다. 20대 중반의 고무신은 “직접 만들어 주면 가격도 싸고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라며 직접 초콜릿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선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겨울 방학을 이용해 ‘반짝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초콜릿을 구입하기도 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사진=우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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