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요 ‘분홍 립스틱’의 후렴구다. 사랑의 눈부심, 행복했던 추억을 분홍 립스틱으로 표현했다. 분홍만큼 여성성의 극치인 색이 있겠는가. 다만 문제는 분홍색이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대 가슴에 분홍의 입술 자국’이 아름답게 추억되려면 이에 맞는 피부색이 받쳐줘야 한다. 자칫하면 입술만 동동 뜬 분홍 립스틱으로 영원히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성 사이에서 피부색과 색조 화장을 맞춰야 한다는 ‘쿨톤·웜톤론’은 이제 상식이 됐다. 간단히 말하면, 희고 창백한 ‘쿨톤’ 피부에는 차가운 계열의 색조 화장을, 노랗고 어두운 ‘웜톤’에는 따스한 계열의 색조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피부색에 맞게 색조 제품을 골라야 얼굴이 더 밝고 화사해지며,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화장품 가게에 들어서면 이론은 저 멀리 달아난다. 실전에서는 내 피부가 어느 계열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고, 흰 피부가 아닌데도 의외로 화사한 분홍 립스틱이 어울리기도 한다. 색은 언어로 모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촘촘하고 다양하니 당연한 현상이다. 여성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세계적인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의 도움을 받았다. 피부 유형별로 한국 여성들이 즐겨하는 분홍·오렌지 색조 화장법을 알아봤다. 한국 여성의 피부를 노란 계열, 하얀 계열, 붉은 계열, 어두운 계열 네 가지로 나눠 어울리는 색 조합을 추천 받았다. 같은 분홍이어도 피부색에 따라 어울리는 색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 여성에게 가장 많이 보이는 피부색은 노란 계열이다. 하얀 피부도 기본은 약간 노란빛을 띤 경우가 많다. 피부가 노란 톤인지 하얀 톤인지 구별하려면 손목 혈관을 보면 쉽다. 예를 들어 손목 혈관이 초록 빛을 띠면 웜톤(노란 피부), 푸른 빛을 띠면 쿨톤(하얀 피부)이 보통이다. 또는 금색 장신구나 갈색 머리가 어울리면 웜톤, 은색 장신구와 어두운 머리색이 어울리면 쿨톤이다. 이에 더해 자기 피부가 붉은 편인지, 어두운 편인지 따져보면 색조 화장이 쉬워진다.
변명숙 맥 수석아티스트는 “립스틱은 피부 톤과 너무 반대되는 색상이면 입술만 동동 떠서 어색하고 피부 톤의 단점을 강조할 수 있기에 피부 톤에 적합한 색상을 추천했다”며 “블러셔는 립스틱과 맞추기보다 전체 피부 톤을 보완하는 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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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MAC) 제공 |
노란 피부라고 분홍 립스틱을 피할 이유는 없다. 이런 얼굴에는 노란 톤이 가미된 네온핑크 컬러(형광빛 같은 분홍)를 바르면 조명을 켠 듯 화사해진다. 볼에는 연보라색(라벤더색) 블러셔를 살짝 쓸어주면 보랏빛이 노란 톤을 중화한다.
하얀 피부는 안 어울리는 색이 드문 축복받은 피부다. 그럼에도 푸른색이 감도는 쿨톤의 분홍 립스틱을 선택하면 흰 얼굴이 더욱 화사해진다. 블러셔는 크림 타입의 노란 톤 분홍색이 좋다. 하얀 피부가 더욱 밝고 생기있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붉은 피부는 연보라 계열의 립스틱이 붉은빛을 상쇄해 피부를 한층 깨끗해 보이게 만든다. 연보라색이 가미된 부드러운 핑크 립스틱을 바르고 볼에는 따뜻한 산호색 블러셔를 얹어준다. 부드러운 분홍 립스틱과 밝은 블러셔가 얼굴의 붉은 기를 잡고 차분하면서 깨끗한 느낌이 들게 한다. 변 수석아티스트는 “붉은 피부에 핑크 블러셔를 바르면 오히려 피부의 붉은 기가 강조되기에 아주 옅고 투명한 산호색으로 붉은 피부를 옅어 보이게 연출한다”고 밝혔다.
어두운 피부에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홍이나 약간 누드 톤의 분홍 립스틱을 바르면 피부가 매력적으로 돋보인다. 혈색을 좋아보이게 하고 싶으면 분홍 립스틱을 매우 투명하고 가볍게 바르는 것이 좋다. 블러셔는 노란빛이 없는 중간 톤의 분홍을 선택해야 칙칙한 피부 톤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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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MAC) 제공 |
변 수석아티스트는 “핑크에 비해 오렌지 메이크업은 피부의 붉은 기를 잘 정리하는 톤 보정이 중요하므로 대리석처럼 매끈한 피부 연출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노란 피부는 노란색을 상쇄할 수 있는 붉은빛이 도는 오렌지 립스틱을 선택해야 한다. 블러셔는 분홍 계열이 좋다. 노란 피부에 붉은 기를 더하면 전체적으로 훨씬 화사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 실제 맥 한국지사가 한국 여성에 맞게 개발한 붉은 오렌지 색상인 ‘코리안 캔디’ 립스틱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높다.
하얀 피부는 너무 창백해 보이지 않으면서 장점인 흰 피부를 강조하려면 산호빛을 띤 오렌지색 립스틱이 좋다. 여기에 크림 타입의 산호빛 블러셔로 자연스럽게 혈색이 도는 듯 표현한다.
붉은 피부에는 노란 톤의 오렌지 립스틱을 바르면 차분하고 세련돼 보인다. 블러셔는 노란색이 살짝 들어간 피치(복숭아)색을 고른다.
어두운 피부일 경우 빨강에 가까우면서 채도가 높은 ‘핫 오렌지’ 색을 입술에 바르면 피부가 오히려 깨끗해 보일 수 있다. 볼에는 펄감이 있는 오렌지 골드색으로 어두운 피부에 은은한 윤기와 광택을 주면 좋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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