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영업점이 재발급과 해지를 하러 온 고객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국민은행이나 농협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적은 롯데카드의 경우 대기시간이 기본 7시간 이상 걸려 고객들이 발걸음을 돌렸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에 위치한 롯데카드 영업점 주변에는 카드 재발급과 해지를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좁은 영업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고객들은 영업점 주변을 둘러싸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영업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원들이 들고 있는 피켓이었다. 피켓에는 "11시 이후 번호표 발급 고객은 7시간 이상 소요되오니 안내 직원에게 고객님의 성명과 연락처를 기재해 주시면 3일내 연락드리고 재발급 처리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롯데카드 직원들은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다니며 고객들을 안내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마음이 조급해진 고객들은 3일 뒤에 연락을 준다는 카드 직원의 말에 "3일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어떻게 기다리고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몇시간째 영업점 밖에서 줄을 서 있던 고객들의 입에서는 원성이 터져나왔다. 한 고객은 "내 통장에 잔액이 얼마인지 아느냐"며 "고객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길래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가 다 빠져나가느냐"고 롯데카드 직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고객은 "어제 하루종일 콜센터와 홈페이지를 통한 카드 재발급을 시도했으나 콜센터는 먹통이고 홈페이지도 잘 들어가지지 않았다"며 "롯데카드 영업점이 많지도 않아 멀리서부터 힘들게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업무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롯데카드 직원들은 성난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 간식과 음료수를 준비하기도 하고 고객들에게 "재발급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또 롯데카드 측은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해지를 원하는 고객들만을 따로 모아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다.
롯데카드 영업점으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영업점 주변의 롯데백화점 입점 매장들 역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영업점 밖으로 길게 줄지어 선 고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변 매장 직원들 역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카드 홈페이지는 서버 증설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불안한 접속상태를 보이다 이날 오후에 겨우 접속이 재개됐다.
롯데카드 홈페이지의 잦은 마비 사태는 은행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에 비해 서버 용량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어제 고객들이 순간적으로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바람에 서버를 증설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오전에도 홈페이지 접속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오후 현재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 카드사의 1588 콜센터는 여전히 먹통 상태다.
한편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카드 3사의 재발급·해지 고객 신청건수가 70만건에 육박했다. 해지건수를 밝히지 않은 카드사 통계까지 포함할 경우 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고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 카드사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 등 3사의 재발급·해지 신청건수는 총 69만6753건을 기록했다. 각 카드사별로 국민카드 12만7200건, 롯데 4만3900건, 농협 52만6853건 등의 재발급·해지 신청이 접수됐다.
<뉴스1>뉴스1>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