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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방호 ‘연막탄 지주’ 역사 속으로

입력 : 2014-01-21 02:02:23 수정 : 2014-01-21 0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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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연막탄 밤엔 조명탄 발사대
삼청·청운동에만 68개 설치돼
흉물 전락… 종로구, 철거 나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촌마을. 적막이 가득 찬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 몇몇이 눈에 띄었다. 건너편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길에는 전봇대가 드문드문 서 있었다.

하지만 이 중 3개는 전봇대가 아니었다. 바로 이름도 생소한 ‘연막탄 지주’였다. 위쪽이 좁은 사다리꼴 모양이거나 가로등처럼 생겼지만 기존 전봇대와 달리 속이 텅 비어 있었다. 곳곳에 녹슨 흔적만이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

연막탄 지주는 일종의 군사시설물이다. 낮에는 짙은 연기를 내뿜는 연막탄 발사대 지주로, 밤에는 조명탄을 발사하는 용도로 설치됐다. 1968년 1·21사태 이후 청와대 인근인 삼청동과 청운동 곳곳에 설치됐다. 청와대를 방호하고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좁은 보도에 설치돼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데다 통신선이 어지러이 걸려 있는 등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또 기존 전봇대보다 높이가 3∼4m 더 높아 미관에도 좋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촌마을에 설치된 연막탄 지주. 통신선이 어지러이 설치돼 있으며 외관이 가로등과 비슷해 구별하기 힘들다.
박진영 기자
종로구는 ‘도시 비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수도방위사령부와 협력해 연막탄 지주를 하나둘씩 철거하고 있다. 군과 함께 조사한 결과 삼청동 51개, 청운동 17개 등 총 68개가 설치된 것을 파악했다.

구는 통신사업자, 유선방송 관계자 등 군을 포함한 유관 기관과 3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열었다. 군이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55개를 없애고 철거비 3000만원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14개가 철거됐다. 나머지는 철거하기가 힘들어 기존 전봇대 높이에 맞게 상단을 절단하고 도색해 통신선 지주나 전신주 등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종로구 감사담당관 도시비우기팀 관계자는 “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느냐는 민원이 들어와 확인해보니 가로등이 아니라 군사시설물인 연막탄 지주였다”며 “지주에 통신선이 많이 걸려 있어 통신사업자 등 관계자에게 선을 제거하거나 이설해달라고 요청하고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도시 비우기 사업은 구가 도시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통신선 지주나 전신주 같은 각종 지주와 교통표지판, 보도블록, 간판, 우체통 등 보도에 설치된 모든 시설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불필요한 시설물 2146개가 철거되고 유사한 시설물 53개가 통폐합됐으며 미관을 해치던 5439개가 정비됐다. 연막탄 지주 외에도 군사시설물인 가각진지 6개, 초소 2개, 벙커 1개가 철거됐다. 구는 초소 2개를 없애는 대신 이동진지 2개를 제작해 군에 전달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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