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들이 보기에 우리 아이들은 옹알이 시기부터 천재였다. 그러던 아이가 커가면서 보통 아이로 변해간다. 대학에 들어갈 때 쯤되면 옆집 애만도 못한 아이가 된다. 그래서 우유에도 등급이 생겼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별로 아이들에게 먹이는 우유가 따로 있다. 부모들 욕심이 매긴 우유 서열이다. 순서를 나열하자면 아인슈타인 우유, 파스퇴르 우유, 서울우유, 연세우유, 건국우유, 삼육우유, 저지방 우유…. 못난 어른들이 만들어낸 ‘희망 우유’ 시리즈다.
대학별로 수시 전형이 끝나고 정시모집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집집마다 희비쌍곡선이 엇갈린다. 아이가 수시전형으로 같은 서울의 A대학에 합격한 두 집이 있다. 한 집에선 잔치가 벌어졌는데, 다른 한 집은 초상집 분위기다. 한쪽 집 아이는 여행을 다니고 있다. 다른 집 아이는 두문불출하고 있다. 우리집 아이가 공부 좀 한다고 평소에 그토록 자랑하더니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교대 원서를 쓰게 한 부모가 있다. 아이가 끝까지 버티니 “일단 한 학기를 다녀보고 정 못다니겠다 싶으면 반수든 재수든 하라”고 달래고 있다.
2014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60만6000여명. 이 중에 끝도 없는 부모 욕심을 만족시켜줄 자식이 몇명이나 될까. 부모만 한 자식 없다고 했지만 제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많아졌다. 아이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부모들은 이제 와 “왜 거기 있느냐”고 다그친다. 그때마다 아이들 가슴엔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생긴다. 그런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 미래가 버려지고 있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