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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 싹 씻고 가족 갈라놓았지만… ‘불행의 주인공’은 적었다

입력 : 2014-01-13 06:00:00 수정 : 2014-01-13 19: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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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로또의 저주? 1등 당첨자 보니
‘배신과 불신, 그리고 거짓말.’

로또 1등 당첨금을 두고 벌어진 민형사와 가사 소송 12건의 키워드(주제어)다. ‘나중에 꼭 당첨금을 나눠 갖자’던 로또 계원들 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빌린 돈을 갚기 싫어 1등 당첨 사실을 감추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일확천금’은 가족도 갈라놓았다. 누나와 동생, 처형과 제부가 소송을 벌이고, 이혼한 부부가 법정에서 다시 만나 감정의 골이 깊어진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누적 당첨자 수에 비해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가 극히 드물어 ‘로또 당첨의 끝은 불행’이라는 세간의 속설이 허구임을 보여줬다.


◆지켜지지 않은 분배 약속

로또 당첨금 관련 소송을 분석한 결과 1등 당첨금의 분배와 관련된 소송이 가장 많았고, 소송 결과는 당첨자가 자신의 당첨금을 지킨 경우가 많았다.

운동선수 아들을 둔 인연으로 친분을 쌓아온 A씨와 B씨 부부의 다툼이 그런 경우였다. 이들은 2003년 5월 ‘모의 로또’ 게임을 했다.

상자 속에 1∼45 숫자가 적힌 탁구공을 넣고 무작위로 하나씩을 꺼낸 뒤 그 숫자를 실제 로또복권을 살 때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두 부부가 똑같이 나눠 갖기로 굳게 약속했다. 

얼마 후 ‘대박의 꿈’은 현실이 됐다. B씨 부부가 ‘모의게임’ 때 나왔던 번호로 산 복권 중 하나가 43억1700만원짜리 로또 1등에 당첨된 것이다.

하지만 B씨 부부는 이후 얼굴을 싹 바꿨다. 모의게임에서 로또 당첨번호 숫자를 함께 만들기는 했지만, 실제 로또 복권을 구매한 건 B씨 측인 만큼 돈을 똑같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B씨 부부는 당첨금 중 2억원가량을 A씨 부부에게 건네고, 나머지 돈은 차일피일 미루며 주지 않았다. 참다 못한 A씨 부부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A씨 부부의 기대와 달랐다. 법원은 “이들의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공기업 직원 C씨의 재판은 이와 반대다. 당첨금을 토해내야 했다. 그는 2007년 4월 동네 도박판에 끼여 포커를 하다 로또 복권 2장을 건네받았다.

판돈 중 일부를 떼내 공동으로 모금한 돈으로 산 복권이었다. C씨가 참여한 도박판에서는 2년 전부터 ‘당첨되면 서로 나눠 갖는다’는 묵시적 동의 하에 판돈 중 일부로 로또를 사는 관례가 있었다.

그런데 C씨가 받은 로또가 52억5300만원짜리 1등에 당첨됐다. 마침 6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던 C씨는 돈을 혼자 갖기로 마음먹었다. 세금을 빼고 찾은 35억7000만원을 몽땅 자신의 형이 예금주로 된 통장에 입금한 뒤 당첨 사실을 꼭꼭 숨겼다. C씨는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다. C씨의 수상한 행적을 눈치챈 도박판 동료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로또 당첨 사실이 들통 났다. 결국 C씨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한 시민이 12일 오후 로또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로또 판매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02년 12월 첫 추첨을 시작한 로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94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김범준 기자
◆돈 앞에서는 가족 간 다툼도 불사


로또 1등 당첨금 앞에서는 가족관계도 소용없었다. 로또 복권 당첨자인 D씨는 2010년 누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로또 복권에 당첨된 이후 가족 간에 돈을 분배했으나 형편이 쪼들리자 그 돈을 되찾기 위해 벌인 소송이었다. 법원은 그러나 D씨의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가족 간에 ‘로또 복권을 잠시 맡겼는데, 1등에 당첨되자 돌려주지 않는다’며 처형이 제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로또 당첨 후 도박에 빠져 이혼당한 아내가 전 남편에게 위자료를 더 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기각당한 사례도 있었다.

1등 당첨자가 원고가 돼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E씨는 2004년 8월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자는 바람에 지갑을 통째로 분실했다. 지갑 속에 로또 복권이 들어있어 왠지 아쉬움이 컸지만 되찾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내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분실한 지갑을 찾았고, 그 안에 든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경찰서에서 듣게 된 사연은 끔찍했다. 지갑을 훔쳐간 절도범은 알고 보니 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범이었고, 이 일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는 중에 절도 사실이 드러났다. E씨는 당첨금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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