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같은 외모에 세상 원망 하기도
나만의 장점 발견 편견과 싸워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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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
신간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는 작은 거인 이지영의 도전과 좌절·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9월 잠실체육관, 삼성그룹이 청춘들을 위해 만든 강연 콘서트 ‘열정락서’ 현장이다. 1만4000여 명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빼곡히 운집했다. 당연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타강사와 멘토, 인기 가수들이 오를 것으로 지레 짐작했을 것이다. 맨 먼저 무대에 오른 사람은 의외로 작은 키의 이지영이었다.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난쟁이’처럼 작은 여성 한 명이 온 힘을 다해 무대로 걸어 올라오고 있었던 것.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내 오디션에서 합격한 삼성 소속 임원 강사가 등장할 줄 알았으나 의외의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청중들은 의아함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가득 찼다. 무대 중앙에 선 그녀. “안녕하세요? 실제 키는 110㎝이지만 열정의 키는 180㎝인 이지영이라고 합니다.”
청중들의 놀람과 당혹감을 한번에 날려버리듯이,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당당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땅꼬마, ET, 외계인, 난쟁이로 놀림받곤 했다고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서도 취직하기 위해 60통의 이력서와 면접을 거치는 와중에 숱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당당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녀의 20여 분에 걸친 이야기가 끝났을 때, 앞쪽에 앉아 있던 농아들은 울고 있었다. 장애를 갖고 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아픔에 대해 그들만큼 뼈아프게 공감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흐느끼는 사람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소위 ‘빽’ 없고 스펙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작은 몸으로 거대한 편견에 맞서 도전을 거듭한 그녀의 삶의 여정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감동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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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회사 건물 앞에서 이지영이 해맑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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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지영이 1만4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
매일 거인들과 마주하는 그녀는 ‘도전 중독자’가 되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높고 컸지만, 그 무엇보다 크고 뜨거운 것은 그녀가 품은 열정과 희망이었다. “뒤뚱거리고 뚱뚱한 나 자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런 나를 나조차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겠어요?” 스펙 없고 빽 없어 못살겠다는 이들에게 이지영의 메시지는 크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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