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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110㎝ 열정은 180㎝… ‘꿈은 아직 성장중’

입력 : 2013-12-20 20:47:26 수정 : 2013-12-20 2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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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거인 이지영 도전·좌절·성공기
형벌같은 외모에 세상 원망 하기도
나만의 장점 발견 편견과 싸워 이겨
이지영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이지영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신간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는 작은 거인 이지영의 도전과 좌절·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9월 잠실체육관, 삼성그룹이 청춘들을 위해 만든 강연 콘서트 ‘열정락서’ 현장이다. 1만4000여 명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빼곡히 운집했다. 당연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타강사와 멘토, 인기 가수들이 오를 것으로 지레 짐작했을 것이다. 맨 먼저 무대에 오른 사람은 의외로 작은 키의 이지영이었다.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난쟁이’처럼 작은 여성 한 명이 온 힘을 다해 무대로 걸어 올라오고 있었던 것.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내 오디션에서 합격한 삼성 소속 임원 강사가 등장할 줄 알았으나 의외의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청중들은 의아함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가득 찼다. 무대 중앙에 선 그녀. “안녕하세요? 실제 키는 110㎝이지만 열정의 키는 180㎝인 이지영이라고 합니다.”

청중들의 놀람과 당혹감을 한번에 날려버리듯이,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당당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땅꼬마, ET, 외계인, 난쟁이로 놀림받곤 했다고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서도 취직하기 위해 60통의 이력서와 면접을 거치는 와중에 숱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당당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녀의 20여 분에 걸친 이야기가 끝났을 때, 앞쪽에 앉아 있던 농아들은 울고 있었다. 장애를 갖고 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아픔에 대해 그들만큼 뼈아프게 공감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흐느끼는 사람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소위 ‘빽’ 없고 스펙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작은 몸으로 거대한 편견에 맞서 도전을 거듭한 그녀의 삶의 여정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감동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쟁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회사 건물 앞에서 이지영이 해맑게 웃고 있다.
이지영은 어릴 적 ‘가연골무형성증’이라는 선천적 희귀질환을 앓았다.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골에 문제가 있었다. 키는 110㎝에서 성장을 멈췄다. 유난히 짧은 사지와 척추는 날이 갈수록 휘어졌다. 계단과 버스, 전철 개표구, 식당 의자, 엘리베이터 버튼…. 아무리 안간힘을 다해 손을 뻗어봐도 세상을 움직이는 것들은 그녀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녀의 간절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의 정수리 위에서 괴상한 듯, 꿈에라도 저렇게 될까 두려운 듯, 그녀를 흘낏 내려다보곤 스쳐갔다. 대학 시절 친구들의 놀림 받는 것이 두려워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린 적도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사람과 세상이 무서워 안으로만 숨어들곤 했다. 그러나 형벌처럼 느껴졌던 자신의 외모에도 명백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이지영은 자랑한다.

저자 이지영이 1만4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미운 오리새끼 같은 내 키가 나에게 준 ‘선물’이 하나 있죠. 희한하고도 감사한 선물입니다.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한 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않아요. 비록 그게 남다른 외모만 기억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아요. 세상엔 자신을 인식시키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나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누군가의 뇌리에 단단하게 새겨집니다. 신기하고도 감사한 일 아닌가요? 제 아무리 대단한 미녀라고 해도 한 번 만난다고 기억에 남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겐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죠. 나는 남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키로 인해 남다른 경험과 생각들을 원없이 하게 되었고 또 앞으로도 수없이 하게 될 것입니다.” 거인국에 도착한 로빈슨 크루소처럼 이지영은 너무 작은 키로 이 커다란 세상에 불시착했다. 그래서 많이 넘어지고 울기도 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조금 더 낮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매일 거인들과 마주하는 그녀는 ‘도전 중독자’가 되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높고 컸지만, 그 무엇보다 크고 뜨거운 것은 그녀가 품은 열정과 희망이었다. “뒤뚱거리고 뚱뚱한 나 자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런 나를 나조차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겠어요?” 스펙 없고 빽 없어 못살겠다는 이들에게 이지영의 메시지는 크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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