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예계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성(性) 스캔들로 시작해 각종 사건과 파문으로 얼룩졌고 연말까지 연예인 성매매 사건으로 어수선하다. 연예계 사건의 단골메뉴인 마약과 도박, 성 스캔들은 어김없이 반복됐고, 올해는 여기에 연예인 가족 간 '이전투구'라는 이색메뉴가 추가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증권가 찌라시발 미확인 루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으나 이제는 연예인들도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듯 적극적으로 법률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 性으로 추락한 이미지…고개 숙인 그들
올해 연예인 관련 사건의 시작은 그룹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이었다. 지난해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었던 그가 올해 초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가 적발돼 이전 사건과 함께 경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구속기소됐다. 그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을 선고받았고,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고영욱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배우 박시후의 성폭행 고소사건이 터져 연예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등으로 주가가 치솟았던 박시후는 성폭행 고소사건으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박시후는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상대방을 맞고소하는 등 지루한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7월 상대방의 고소 취하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으로 최근 포털 다음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배우 부문 검색어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은 그는 현재 복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예능 분야에서 군대가 인기 소재로 등장했지만, 정작 군에 입대한 남자 연예인들은 일탈행위로 구설수를 겪었다. ‘연예병사’로 군복무 중이던 연예인들이 안마시술소 출입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가수 세븐과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등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특혜논란을 빚어왔던 연예병사제도는 결국 16년 만에 폐지됐다.
연말에는 검찰이 유명 여자연예인들의 성매매의혹을 수사 중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증권가 찌라시 등을 통해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이 떠돌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터무니없는 루머”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수사결과에 따라 핵폭탄급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 저승에서는 더 이상 비극이 없기를
2013년에도 많은 스타와 스타가족이 안타까운 사연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2008년 최진실, 2010년 최진영에 이은 ‘최진실 家의 비극’은 2013년 재연됐다. 연초에 최진실의 남편이자 유명 야구선수였던 조성민씨가 서울 도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1월에는 최진실의 마지막 매니저였던 박모씨마저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고 시신 주변에 수면제와 신경안정제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지난 2월 가수 오디션의 대표주자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지병 ‘위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암 투병 중에도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 시즌3’에 참여해 시청자들에게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죽음을 앞두고도 무대에 나섰던 그였기에 많은 팬들이 그와의 이별을 가슴 아파했다.
7월에는 드라마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던 김종학 PD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하얀 거탑’ 등 주옥같은 드라마를 연출‧제작한 그였지만 죽음 직전에는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국 록의 전설인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은 새로운 앨범 발표를 앞두고 지난 10월 쓰러져 숨을 거둬 올드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12월에는 경쾌한 리듬의 ‘일과 이분의 일’로 유명한 그룹 ‘투투’ 출신의 가수 김지훈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려한 입담과 예능감으로 한때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했던 김지훈은 마약파문과 협의이혼 등으로 우울증을 앓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독’ 덫에 빠져 허우적댄 그들

일부 연예인들은 ‘중독’ 덫에 빠진 사실이 드러나 수사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지난해 방송인 에이미에 이어 올해 장미인애, 박시연, 이승연 등 일부 여자 연예인들이 신종 마약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가 적발돼 법정에 섰다. 이들은 고의성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장미인애 등 세 사람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프로포폴 불똥은 군복무 중이던 가수 휘성에게도 튀었으나 조사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남자 연예인들은 도박으로 줄줄이 수사기관에 소환됐다. 지난 4월 김용만이 10억원대의 상습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방송에서 모두 하차했고, 11월에는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양세형, 붐 등 예능 MC들의 도박 혐의가 적발됐다. 비교적 베팅금액과 횟수가 적은 앤디, 양세형, 붐 등은 벌금형에 그쳤지만, 이수근, 토니안, 탁재훈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되어 최근 공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구형받았고, 2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 송사 등으로 까발려진 연예인 가족이야기
올해처럼 연예인의 가족 간 송사로 인한 폭로전과 이전투구가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해도 드물다. 부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배우 류시원은 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재판 도중 부인이 결혼생활 중 민감부위를 시술했다는 내용까지 폭로했다.
MBC의 간판 앵커였던 김주하씨는 지난 9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충격을 줬다. 김주하씨와 남편 측은 각각 상대방을 고소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이 김씨 등 가족들을 상습 폭행했고 이혼경력을 숨기고 결혼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는 등 가족의 ‘속살’이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됐다.

가수 장윤정은 배우자가 아닌 어머니와 남동생 등 친정 가족들과 지루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장씨의 부모가 이혼소송 중인 가운데 장씨의 어머니 육모씨와 장씨의 남동생이 그동안 모아둔 장씨의 재산을 탕진했다는 주장으로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어머니 육씨가 딸인 장윤정을 공개적으로 저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30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열애로 화제가 된 배우 백윤식과 한 공중파방송 여기자의 로맨스도 파경을 넘어 백씨의 가족까지 등장하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여기자가 “백씨에게 오래된 여자가 있다” “백씨의 아들들이 나를 폭행했다”고 주장하자, 백씨는 허위사실 유포 등 이유로 손해배상소송 제기, 결국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됐다.
◆ ‘SNS 화살’ 이제는 참지 않아

여자 연예인들이 근거 없는 루머 유포 등 명예훼손에 칼을 빼 들었다. 이들이 SNS 등을 통해 부정적인 루머나 이미지를 훼손하는 합성사진을 유포한 사람의 색출을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형사처벌을 받는 네티즌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유의 결혼설을 유포한 네티즌이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받았으며, 여성 듀오 다비치 멤버 강민경의 합성사진을 게재한 네티즌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 성적 수치심을 준 네티즌도 불구속 입건됐다. 해당 네티즌은 수지 측의 합의 수용으로 겨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백지영에게 끊임없는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았던 네티즌들도 무더기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세계닷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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