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깨어 있다가 문득 외로워지는 사람,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그리운 누군가가 보이는 사람, 3인조 그룹 어반자카파(조현아·권순일·박용인)의 음악은 외로운 이들을 위한 따뜻한 수프와 같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한 곡 한 곡 소화하면 내 안의 불안·우울·슬픔·고독 등 삶의 또 다른 양식이 잘 소화될 것만 같다.
최근 발표한 3집은 사랑·이별·연인 관계에 집중했던 이전 앨범과 달리 고독한 화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관계의 설렘을 담은 경쾌한 곡도 있지만 “날 찾는 사람 없다는 생각에…상실감으로 가득 찬 천장만 봐”(‘우울’ 중에서)라고 노래하는 진지한 곡들이 눈에 띈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어반자카파는 “지난 앨범은 전부 이별 곡이었지만 이번에는 삶의 외로움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올해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많았어요. 내 모습을 똑바로 알고 싶은데 알 길이 없어서 우울했죠. 다시 사춘기가 왔나 봐요.”(조현아)
이번 앨범의 주제곡 ‘코끝의 겨울’은 이별 정서를 차가운 겨울에 빗대 노래한다. 내내 오지 않길 기도했던 차가운 겨울처럼, 어느새 코끝으로 먼저 알 수 있는 두려운 무언가가 계절의 변화처럼 삶을 파고든다. 화자는 처절하거나 슬프지 않은, 담담한 정서로 노래하고 있다. 조현아가 20살 때 만든 노래로 계절에 맞춰 발표하게 됐다.
“우리 음악은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벌써 이렇게 추워졌네’라고 문득 말하게 되는 겨울, 따뜻해지면서 왠지 싱숭생숭해지는 봄처럼 변화가 올 때 노래를 부르고 싶어져요. 계절이 변하면 마음도 변하잖아요. ‘어반자카파가 내 이야기를 해 주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환절기의 불안, 설렘을 함께하고 싶어요.”(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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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화자의 목소리를 담은 3집 ‘코 끝의 겨울’로 돌아온 어반자카파. 왼쪽부터 권순일·조현아·박용인. 플럭서스뮤직 제공 |
“모든 사람들이 아등바등 노력하면서 살지만 사랑이든, 일이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뭘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그 생각의 끝에 서 있는 건 죽음에 대한 단상이었어요. 죽음에 대한 가사를 2개나 썼는데 아직은 (발표할) 때가 아닌 것 같아 지웠어요.”(권순일)
어반자카파의 노래는 경쾌한 장조보다 부드러운 단조가 어울린다. 빨강, 핑크, 연두색 같은 밝은 계열보다 짙은 노랑, 갈색, 주황, 회색 등 차분한 색채가 감돈다. 박장대소하고 있는 사람보다 상념에 빠진 이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줄 것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
“외로움과 우울은 숙명 같아요. 그 외로움에 적응해서 어떻게 곡을 만들어낼까를 늘 고민하죠. 그렇지 않으면 그저 우울한 기운이 많은 사람으로 살게 되거든요.”(조현아)
이들은 음악 소비가 빠른 음원 시대, 2011년부터 매년 정규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한 곡 한 곡 모아 흐름을 담은 앨범이 아니면 진정성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때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은 곡”, “오래 들을 수 있는 곡”,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있는 곡”에 초점을 맞췄다.
“요즘은 빠르게 흘러가는 음악이 많은데 가벼운 노래를 부르고 싶지는 않아요. 덕분에 감수성 깊은 아저씨 팬들도 생겼어요. ‘내가 기러기 아빠인데 어반자카파 음악 들으면서 힘낸다’는 분이 있었죠. 하하. 저희는 한두 곡이 아니라 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정규를 고집하고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정규 앨범을 내기로 약속했습니다. 삶의 지표마다 그 시기에 느끼는 감정을 들려드릴게요.”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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