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7C 하멜도…21C 오바마도…"높은 교육열이 한국의 힘"

관련이슈 한반도 웅비론 2020-미래 비전 새 지평을 연다

입력 : 2013-11-25 06:00:00 수정 : 2013-11-25 10:15:54

인쇄 메일 url 공유 - +

17C 하멜도…21C 오바마도…"높은 교육열이 한국의 힘"
18세기 조선. 신분제가 흔들리면서 서당이 전국 곳곳에 유행처럼 번졌다. 농촌에는 ‘서당계’가 만들어졌고, 서울에서는 서당마다 50∼60명의 학동이 모여드는 탓에 조를 나눠 수업을 해야 했다. 조선시대 교육사 연구의 권위자인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올 초 펴낸 ‘서당의 사회사’에서 “성균관 노비 출신이 서당을 열어 활발하게 운영했고, 19세기에 이르면 가난한 마을에도 115호당 하나의 서당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노비가 훈장이 되거나 몰락한 양반을 동원해 서당을 차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교육열은 조선시대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멜에서 오바마까지 모두 놀란 교육열

‘한강의 기적.’ 6·25전쟁 직후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 남짓한 기간에 놀라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정말 기적이었을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기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한국인들은 소말리아와 같은 수준에서 출발해 50년 만에 IT(정보기술) 강국이 되었다고 말하곤 한다”며 “그러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매우 오랜 학문적·예술적 전통을 이어왔다”고 말한다. 한강의 기적은 수백년간 면면히 이어온 교육열의 결실이란 뜻이다. 일례로 6·25전쟁 때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았고, 굶주리면서도 아이들 교육은 포기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수차례 “한국 교육을 배우자”고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그는 “열정을 갖고 공부에 임하는 한국 학생의 마음가짐을 본받아야 한다”며 우리의 교육열을 부러워했다. 오래전 이런저런 연유로 조선에 온 외국인들도 그랬다.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공격한 프랑스군 해병은 이런 기록을 남겼다. “이곳에는 우리가 경탄하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집 안에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또 글을 읽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는다.” 그의 기록에는 놀라움을 넘어 질투가 묻어난다.

17세기 제주도에 표착했다가 13년 만에 탈출한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도 유럽 최초의 한국 소개서 ‘하멜표류기’에 “한국 아이들은 밤이고 낮이고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며 “아이들이 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얼마나 뛰어나던지 경탄스럽다”고 적었다.

◆교육은 ‘희망 사다리’

우리 민족에게는 DNA(유전자)처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내려온 교육에 대한 욕구가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배움을 숭상하는 유교 전통과 우리 민족 특유의 강한 성취욕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과거 시험을 통해 상층부로 올라갈 수 있었던 조선시대 때부터 ‘위로 올라가려면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선 영조 때의 문신 유수원은 “의식(衣食)이 유족해지면, 자손의 입신양명을 위해 학숙을 촌중에 세우고 좋은 선생을 모시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됨은 필연의 이치”라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의 교육열과 다르지 않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달픈 유배생활을 토로하는 대신 “집안이 어려울수록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작은아들의 주량이 자기보다 세다는 얘기에 “어찌 글공부에는 그 아비의 버릇을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아비를 훨씬 넘어서느냐”고 나무랐다.

정순우 교수는 “18세기 후반 신분제가 점차 흔들리면서 교육은 신분적 질곡이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창구였다”며 “일제시대 이후 공교육 체제가 수립되고 이런 욕망이 교실 공간으로 흡수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21세기 한국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TIMMS) 등에서 매년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교육이 가져온 착시 현상이라고 비아냥댄다. OECD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2004년 ‘문제해결력’을 평가 항목에 추가했다. 암기 위주 반복학습으로는 기를 수 없는 창의력을 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우리나라였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에 배리 맥고 당시 OECD 교육국장은 “한국의 교육적 성취는 단순히 사교육 때문이 아니다”라며 “한국 교육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빛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우리나라를 성공적인 경제·사회 성장 모델로 꼽으며 “그 비결이 교육열”이라고 못박았다. 우리의 건강한 교육 DNA는 가까운 미래에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