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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동기 생활관·게임방·진공청소기… “요즘 진짜 좋아졌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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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23 06:00:00 수정 : 2013-11-23 15: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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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병영 문화
“군대 참 좋아졌어. 우리 땐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군대의 추억을 간직한 대한민국 예비역들은 자신이 전역한 이후 군대가 더 좋아졌다는 푸념 섞인 말들을 늘어놓곤 한다. 칼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좁은 내무반(생활관), 몸을 뻣뻣하게 세워 각을 잡고 긴장 속에 보내야 했던 점호시간, 선임들에 대한 절대복종, 먹고 나면 금방 배고파지는 짬밥과 겨울에는 껴입어도 추운 전투복. 예비역들이 군생활을 회고할 때 단골로 떠올리는 소재들이다. 요즘 장병들에겐 선뜻 와닿지 않는 얘기들이다.

◆신세대 장병들의 달라진 병영 문화

최근까지 강원 양구에서 군 복무를 한 권모(22)씨는 동기나 같은 계급끼리 쓰는 침대형 동기 생활관에서 생활을 했다. 일과시간이 끝나면 사이버지식정보방(싸지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이용하고, 게임방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로 ‘철권’이나 ‘위닝일레븐’도 즐길 수 있었다.

권씨는 “동기들과 같이 지내니깐 솔직히 군생활이 걱정만큼 힘들진 않았다”며 “싸지방이나 게임방을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자율활동 시간도 보장돼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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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생활관마다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IPTV(인터넷TV) 시설을 갖춘 부대도 많다.

강원 화천에서 근무 중인 한 장병은 “경계근무 등으로 보지 못한 프로그램들을 IPTV로 다시 본다”며 “주로 좋아하는 걸그룹인 ‘걸스데이’나 ‘씨스타’가 나온 음악 프로그램이나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설명했다.

군인들이 풋살경기장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 시설은 군인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육군본부 제공
육군 관계자는 “IPTV는 육군 전부대 보급률이 60%에 달한다”며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사업이 100%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군 복무 중인 아들이나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할 때, 곧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전용 수신 전화기 6652대를 전 부대에 설치했다.

부모님이나 여자친구가 부대에 전화를 걸어 병사의 안부를 먼저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간에는 군대에 가 있는 아들과 남자친구의 소식이 궁금해도 먼저 전화가 오기 전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아들이 강원 인제에서 군 복무 중인 전모(48·여)씨는 아들과 가끔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한다. 전씨는 “군대에서 사고 소식이 보도되거나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아들이 군대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걱정될 때가 많은데, 가끔씩이나마 아들과 연락이 되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기존 영내 공중전화에 의존했던 일방적 소통환경이 개선돼 가족·친구들과 병사들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군인들의 부모를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까지 막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의 한 부대 휴게실에서 장병들이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납품된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육군본부 제공
◆제설기로 눈 치우고 침대 생활하고…

장병들의 의식주 환경은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숙소는 침상형이 아닌 분대 단위 침대형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장병 1인당 면적을 2.3㎡(0.7평)에서 6.3㎡(1.9평)로 대폭 확대했고, 생활관 내에는 화장실, 세면대 등의 기본시설 외에 사이버지식정보방, 체력단련장, 휴게실 등 현대화된 편의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요즘 군인들은 반합에 라면을 끓여 먹는 대신 피자와 통닭을 주문해 먹는다. 면회갈 때마다 떡을 해가는 부모님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군은 장병 급식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부식과 후식의 질을 높이는 한편 취사병을 대신하는 민간 조리원을 확대하고 있다. 신병 기초훈련 증식비를 올해 500원에서 내년에는 1000원으로 두 배 인상했고, 민간 조리원은 급식인원 130명당 1명 수준이다.

‘깔깔이’(전투복 속에 입는 내피)에 환호하던 군인들은 이제 기능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훈련용 외피와 방한복을 지급받고 있다. 혹한기 훈련 시에는 전 장병에게 보온대가 지급된다.

장병들이 병영 내에 마련된 도서관 열람실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육군본부 제공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이동형 에어컨도 내년부터 군에 보급될 예정이다. 눈이 지겨웠던 군인들은 제설기를 활용하는 요즘 군인들의 모습이 생경할 것이다. 병영 생활관에는 진공청소기를 독립 소대·중대당 2대씩 보급하고 병사 40∼50명당 1대가 보급될 수 있도록 정수기 임차료도 지원한다. 또한 생활관에 보급되는 디지털 TV는 총 8만여대를 목표로 현재 4만3300대(보급률 59.5%)를 설치했다. 예전 군대에서는 겨울에도 쉽지 않던 온수 샤워를 하절기에도 할 수 있도록 연간 142일로 온수 지원을 늘리기도 했다.

군 생활의 ‘활력소’인 외출·외박도 예전보다 대폭 확대됐다. 육군의 경우 지난해에만 기존 10일에서 31일로 늘었다. ‘위수구역’으로 불리는 외출·외박의 허용구역도 2시간 이내 복귀 가능한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운신의 폭도 넓혀줬다. 일과 시간이 끝난 오후 7∼9시 사이에는 원격강좌 수강이나 어학공부, 체력단련을 할 수 있는 개인 자율활동 시간이 보장돼 자기계발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올해 10월 현재 원격대학강좌 수강인원은 지난해보다 1000명 가까이 늘어난 1만297명에 달한다. 사회에서 학업을 다하지 못한 병사들에게 검정고시 준비와 응시를 지원해 병사들의 못다 한 꿈을 군복무 중에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병영생활관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장병들이 컴퓨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영문화 개선에 따른 군 기강해이 우려 목소리도


지난달 1일 서울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건군 6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는 난데없는 논란이 일었다.

병사들이 보폭이나 팔높이가 맞지 않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절도와 기강을 생명으로 하는 군의 열병식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예비역 군인들은 신세대 군인들의 기강해이를 성토하며 군 수뇌부에 군기 확립을 주문했다. 전역한 지 10년이 된 예비역 박모(33)씨는 “요즘 군대는 우리 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한편 기강 관리가 잘될지 걱정도 된다”며 “군 기간 단축과 복무여건 개선이 장병들의 전투력 상승과 연계될 때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지금 장병의 지적 수준은 예전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우리 장병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편해진다고 군 기강이 해이해진다는 사고방식은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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