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서 작가들이 특정 학교 위주로 선정되던 사례가 과거에 비일비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미술계에선 서울대와 홍익대의 시소게임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전문기획자들이 등장하면서 요즘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미술계에선 이번 문제의 핵심을 ‘미술학자의 기획’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미술학자라고 해서 기획을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풍부한 기획경험을 가진 이가 일을 맡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공립 미술관의 기획전, 그것도 그랜드오픈전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인력 충원 없이 너무 촉급하게 개관을 서둘렀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관람객이 엘리베이터에 10여분간 갇히는 사태도 벌어졌다. 기기의 점검운항도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다. 개관전 행사에 미술협회 이사장은 초대장조차 받지 못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자료가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아 전 이사장 명의로 초대장이 발송됐다. 당사자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일보다 눈에 거슬리는 점은 공간이 너무 획일적으로 크고 층고가 높다는 점이다.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의 대형화 추세를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소형 작품 전시에 대한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 건축과정에서라도 미술인의 의견이 수렴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향후에라도 수정 보완돼야 한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미국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O Gehry)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화려하고 웅장한 외관 못지않게 기능적인 면도 중요시 했다. 크고 무거운 현대조각부터 피카소의 작은 드로잉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19개의 전시실이 각각 다른 모양과 크기로 설계됐다. 현대미술이라고 모두 거대한 크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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