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경색 타개 조짐 없어… 국회가 법위반 최악 상황 여야의 극심한 대치 속에 올해 국회의 ‘2012년도 회계연도 결산안’ 심사가 ‘졸속·늑장·위법’ 상황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에도 정국 경색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해마다 되풀이되는 ‘늑장 결산, 졸속 예산 심사’의 구태를 넘어 자칫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라는 ‘한국판 셧다운’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상임위별 결산 예비심사를 위한 회의시간은 평균 10시간25분으로, 지난해 12시간38분보다 2시간13분이나 줄었다. 결산 심사기간이 77일 지난 15일까지 법제사법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는 결산 예비심사를 단 두 차례밖에 열지 않았다. 상임위 결산심사소위 총 회의시간 역시 57시간35분으로 지난해 77시간40분보다 20시간15분, 회의당 평균 회의시간(약 2시간 57분)은 1시간22분이나 각각 줄었다.
예산전문가들은 “결산은 예산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국회에서 결산안이 꼼꼼하게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산 심사 과정에서도 결산 관련 토론보다는 정쟁 관련 질의가 전체 질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차 회의 종합정책질의(11월4일) 과정을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질의 284건 중 예산·재정 관련 질의는 144건으로 전체의 50.7%에 불과했다.
여야가 노무현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결산 상임위를 정쟁의 장으로 활용해서다. 결산안 처리 법정시한(8월31일)은 이미 넘긴 지 오래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법률소비자연맹 홍금애 기획실장은 “결산 심사는 위법 또는 부당한 사항이 있을 때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도 있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이라며 “결산 심사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예산 집행의 책임을 확인하는 마지막 과정을 놓치게 되는 것이고,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 복지예산 증가 등으로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 혈세 낭비가 없는 예산 편성을 위해서라도 결산 심사를 엄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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