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치는 재정 시한폭탄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는 올해 1조8953억원을 기록한 뒤 내년 2조3409억원, 2020년에는 6조2518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까지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적자액이 12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향후 10년 동안에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8조원을 메워줘야 한다. 연금 적자가 가파른 비탈길을 구르기 시작한 것이다.
적자 폭탄은 ‘저부담·고급여’의 잘못된 연금 설계 탓이 가장 크다. 공무원연금은 가입 시기에 따라 자기가 낸 돈의 2.3∼3.7배를 받는다. 1.3∼1.8배에 머문 국민연금보다 두 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수령액에선 격차가 더 벌어진다.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이 219만원으로 국민연금 84만원의 세 배에 이른다. 연금 구조가 퍼주기 식이니 적자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공무원연금을 고칠 수술법은 이미 나와 있다. 연금개혁에 나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면 된다. 기존 공무원을 포함해 연금 지급액을 과감히 깎지 않고서는 적자구조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2009년에는 2010년 이후 공무원이 된 사람에게만 지급액을 낮추는 ‘얌체 개선’을 했다. 뼈를 깎는 개혁을 통해 지급액과 수령 연령을 조정한 국민연금 개혁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차제에 국민연금과의 통합도 개혁의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공무원의 반발이다. 연금개혁은 그간 세 차례나 시도됐지만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공무원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고통스러운 개혁에 동참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 그러기에 연금 수술을 공무원 손에만 맡겨두면 안 된다. 과거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납세자인 국민이 개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공무원이 주도하기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된 개혁기구를 만들어 연금구조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를 배제해야 제대로 된 수술이 가능하다. 이번만큼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의 헛된 공론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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