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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오성 “친구 2는 인생을 말하는 영화”

입력 : 2013-11-18 18:39:49 수정 : 2013-11-18 18: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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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우 유오성(47)을 두고 “둥글둥글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살이 쪘다는 얘기는 아니고, 20~30대 때에 비해 성격이 온순해지고 부드러워졌다는 뜻이다. 유오성 역시 “나이 들면 다 그렇게 되더라”며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14일 개봉한 ‘친구 2’(감독 곽경택)는 그런 유오성의 인생과 궤를 함께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친구’(감독 곽경택, 2001) 속 준석(극 중 배역 이름)의 ‘날 선’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혈기 왕성했던 10대, 20대를 지나 이제는 인생에 대해 그래도 뭔가 알게 된 주인공의 인물을 섬세하면서도 덤덤하게 그려냈다.

“‘친구 2’는 그냥 한 사람의 인생이에요. 방향성을 상실한 인간의 삶이죠. 1편에서는 준석이 숙명처럼 건달세계에 몸담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어요. 가족이나 가정환경이 준석을 그렇게 살게 만들었고, 이제는 동수(장동건 분)를 죽인 죄의 대가로 17년간 감옥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뒤 조직으로 돌아와요. 하지만 막상 돌아와 보니 자신의 위치가 애매모호한 거예요. 그런 그가 찾게 되는 건 바로 ‘가족’이란 가치예요.”

준석은 성훈(김우빈 분)이 동수(장동건 분)의 아들인 줄도 모른 채 그를 아들처럼 거둔다. 동수의 살해를 지시한 혐의로 무려 17년이나 복역하고 돌아온 준석과 울산의 철없는 건달로 살아온 성훈의 미묘한 관계가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17년 만에 사회로 돌아온 준석이가 성훈과 함께 조직 재접수에 나서지만, 결국 자신이 어디 오갈 데도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시간이 지나고 나이도 들면서 세상의 이치도 조금은 깨닫게 되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나약한 인간일 뿐이에요. ‘조폭 영화’가 이젠 식상하다는 분들이 계신데, 아직도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는 건 우리 사회가 남성성을 상실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잃어버린 남성성에 대한 향수랄까. 영화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거고, 조폭 세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 안에서 찾기도 하는 거죠.”

‘친구’에서 교복을 입은 준석을 연기할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5세로, 십대 연기를 위해 얼굴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로부터 12년이나 지나 ‘친구 2’를 제작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전편보다 못한 후편으로 인해 전편의 명성에 누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곽경택 감독님이 바로 저를 찾아 오셔서 ‘친구 2’를 만들겠다고 하신 건 아녜요. 제작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풍문’처럼 제 귀에도 들어왔죠. 그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 이거 잘못 만들면 사기다’라는 거였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 때는 12년 전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차용돼 있어서 읽기 불편하더라고요. ‘친구’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지금은 ‘조폭 영화’하면 떠오르는 관습화된 이야기 공식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것들을 반복하는 데 그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의견을 곽 감독님에게 피력했죠.”

‘배우 유오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친구’지만, 지난 12년간 그 영화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배우는 작품을 통해 말하지만, 그 작품에 너무 오래 젖어있어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연기철학이다.

“‘친구’가 제 대표작이긴 하지만 제 연기인생에서 거쳐가는 하나의 작품일 뿐이에요. ‘친구’는 개봉하기 전 언론시사회에서 딱 한 번 보고 그 이후로 극장에서 본 적은 없어요. 나중에 DVD로 출시됐을 때 다시 봤죠. 그리고 12년간 그냥 잊고 살았어요. 그런데 ‘친구 2’를 촬영이 시작되자 1편을 찍을 때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제작발표회나 언론시사회 때 말씀 드렸지만, 촬영장에 다시 갈 때마다 ‘좋은 옷 입고, 좋은 친구들하고 소풍 온 느낌’을 받았어요. 한 마디로 ‘잘 돌아왔구나’ 했죠. 이 영화를 본 많은 40~50대 관객들이 ‘그래 힘내자. 쟤(준석)만큼 힘든 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위안이 되는 영화가 ‘친구 2’예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r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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