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들 사이 조작 매뉴얼 나돌아 경품뽑기 게임기 운영업자들은 갖은 방법으로 경품 당첨 확률을 조작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확률 조작은 현행법상 사행성 조장 행위로 처벌대상이지만, 업자들 사이에서는 조작 매뉴얼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물을 이용하거나 경품 제공 게임으로 사행성을 조장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자는 무작위(랜덤) 게임 방식의 당첨 확률을 낮춰 이득을 취한다.
취재팀이 입수한 인형뽑기 게임기의 사용 매뉴얼에는 ‘당첨 확률’을 조작하는 다양한 방식이 소개돼 있다. 게임기 내부에 있는 손바닥 크기의 기판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인형 뽑기 확률을 낮출 수 있다. 크레인(집게)형 게임기의 경우 ‘헛손질’ 횟수까지 조작이 가능하다.
집게가 힘없이 인형을 놓치게 하는 ‘떨어뜨리기 적용구역 설정’도 가능했다. 인형을 잡아서 올라올 때, 좌우로 이동할 때, 상품 출구로 후진할 때 등 적용구역에서 각각 집게의 힘 뺄 수 있다. 집게가 인형을 놓치는 부분을 바꿔가며 사용자들이 ‘아슬아슬하게 인형을 놓쳤다’고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 업자의 설명이다. 게임기를 아무리 조작해도 사용자가 이를 눈치챌 수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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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신촌역 주변 먹자골목에 고가의 완구류로 가득 채워진 경품뽑기 게임기가 놓여 있다. 게임기 운영업자들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내부 기판을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뽑기 확률을 낮추기도 한다. 김범준 기자 |
푸시(밀어내기)형 게임기의 조작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기 속 기판의 버튼을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조준점이 달라진다. 경품을 밀어내는 막대봉의 조준점을 상하좌우로 빗나가게 하거나, 막대봉이 경품에 도달하는 길이도 조절할 수 있다.
업자 또는 게임기를 설치한 사람이 게임기를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뽑기의 달인도 본전도 못 건지도록 확률을 조작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작 방식은 게임기를 판매하는 도·소매상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취재기자가 서울 화곡동의 한 도매상을 찾아 조작 방식을 묻자 업주는 손님 끌어들이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고가의 다양한 경품을 넣어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처음에는 10∼20번에 한번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조작해 단골 손님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다음부터는 확률을 낮추고 올리고를 반복하며 매출을 올리면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사행성 조장행위는 재산상의 손실이 있다고 판단될 때 처벌 대상이 된다”며 “경품뽑기 게임기의 확률 조작 방식을 면밀히 분석한 뒤 단속과 처벌에 대해 당국과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영탁·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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