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예진 닮은꼴’, 20대 중반의 아역 전문 배우, 신비로운 청순미. 지난해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이보영의 아역을 연기한 배우 경수진(26)을 처음 본 시청자들은 “저 예쁜 아역은 누구?”라는 궁금증을 품었다. 이후 경수진은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의 첫사랑을 연기했고, 지난 7월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상어’에서는 손예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닮은 외모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화제에 오르내릴 때마다 경수진의 자리는 아역 배우였다.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몇 달 전까지 경수진은 누군가의 10대, 학창시절, 어린 모습을 연기했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단아한 여배우를 놔 둘리 없었다. 데뷔 1년여 만에 경수진은 KBS 2TV 140부작 아침드라마 ‘TV소설 은희’의 타이틀롤을 꿰찼다. 닮은꼴과 아역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낸, 배우 경수진 시작을 알렸다.
# 동경, 꿈을 넘어서
경수진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특별할 것 없었던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엄마와 아빠, 오빠와 함께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던 초등학교 시절, 장난기 많은 중학생, 특별하지 않은 여고생이었다.
어린 경수진에게 여배우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던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강수연을 보고 넋을 잃었다.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거창한 계기는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와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에요"라고 운을 뗀 경수진은 "‘여인천하에서 강수연 선배를 보며 ‘정말 멋있어’라고 생각했고 이런 동경이 저를 연극 동아리로 이끌었어요. 그때부터 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가족들도 여배우가 되고 싶은 제 의견을 항상 존중하고 응원해 주셨죠”라고 했다.
“연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 연극부에 들어갔다. 막연한 동경이 눈앞의 현실로 실현된 것은 드라마 ‘적도의 남자’부터였다.
지난해 방영된 이 작품에서 경수진은 이보영이 연기한 한지원의 어린 시절을 맡았다. 경수진이 오디션을 볼 때는 엄태웅, 이보영, 이준혁 등 거의 모든 배역의 캐스팅이 완료돼 있었다.
“거의 막바지였죠. 김용수, 한상우 감독님이 제 이미지를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 다음날 다시 감독님들을 뵈었는데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 닮은꼴·나이, 편견을 넘어서
‘적도의 남자’ 속 이보영에 이어 ‘상어’의 손예진 아역까지 주로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것에 대해, 경수진은 “평소 좋아하던 선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고 했다.
“잘 알려진 선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고 해서 큰 부담이나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잘해내야 한다’는 내 자신에 대한 부담은 있었죠.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느끼는 압박이나 제 연기에 대한 부담은 결코 작지 않았어요. 더 분발해서 다음에는 성인으로서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죠.”
경수진은 “아역을 맡기에 다소 나이가 많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특히 ‘상어’에서는 경수진이 상대 배우로 나온 연준석(19)과 나이 차이가 커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걱정되기는 했지만 신인이기에 할 수 있었던 거죠. 나이에 비해 어리게 보인다는 거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덕분에 동안 비결에 대한 질문도 받았는데 무척 쑥스러워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동안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또한 손예진의 닮은꼴이라는 수식어도 때론 경수진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선배를 똑 닮았다는 이야기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는 경수진은 “나 역시 ‘손예진 닮은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았어요. 하지만 ‘닮은꼴로 주목받으려 한다’는 오해를 살까봐 걱정이 되기도 해요. 혹시 내가 선배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손예진 선배를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대본 리딩 등에서 만나면 살갑게 대해주셔서 무척 감사했어요.”

# 은희, 타이틀롤을 넘어서
지난 6월부터 경수진은 ‘TV소설 은희’의 여주인공으로서 호흡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미성년자로 살아온 경수진에게 ‘은희’는 첫 성인 연기의 장은 열어준 작품이다. 주 5일을 촬영장에서 보내고 있다는 경수진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은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경수진의 일생에서 ‘TV소설 은희’는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거예요. 함께 연기하는 선배님, 동료 연기자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참 좋은 분들이고요. 일주일의 닷새를 촬영장에서 보내고 있지만 즐거워요. 촬영이 없는 이틀도 대본을 보고 모니터링을 하고 짬짬이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은희’와 경수진의 인연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TV소설 은희’의 오디션을 봤을 때 경수진은 ‘상어’와 독립영화 출연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였다. 경수진의 소속사 관계자는 “신인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 겹치기 출연은 무리라고 생각해 캐스팅을 고사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TV소설 은희’의 연출을 맡은 한철경 PD가 “경수진과 은희 이미지가 잘 맞는다”며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혀 출연하게 됐다. 제작진의 스케줄 배려를 받은 경수진은 ‘타이틀롤 은희’와 ‘손예진의 아역’이라는 두 마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경수진은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즐거웠던 기억보다 자신의 못난 점을 먼저 떠올릴 만큼 겸손한 배우이다. “첫 세트장 녹화 때 엄청난 NG를 냈다”는 경수진은 “당시에도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아직까지도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 다시, 꿈을 넘어서
오는 12월 ‘TV소설 은희’의 종영을 앞둔 경수진은 “어떤 작품이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수식어를 가진 스타보다는 ‘배우 경수진’으로 대중에 자연스럽게 다가가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는게 그의 꿈이다.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제가 롤 모델로 삼은 손예진, 강수연 선배들처럼, 세계적인 여배우 틸다 스윈튼, 마리옹 꼬띠아르처럼 인간적이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의 이상형보다는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편견을 갖지 말고 한계를 느끼지 말자’는 좌우명을 매일 되뇌고 있어요.”

출생 : 1987.12.05
신체 : 164cm
취미 : 자전거타기, 영화보기, 음악감상
데뷔 : KBS 2TV ‘적도의 남자’ 한지원(이보영 분) 어린시절
주요활동 : KBS ‘상어’, ‘스틸사진’, MBC ‘송편’, ‘마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영화 ‘홀리’, ‘남자사용설명서’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인넥스트트렌드, 경수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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