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늘면서 수도권 지역은 ‘민감군 영향’에서 ‘나쁨’ 수준으로 대부분 격상됐다. 전문의들은 “중국발 스모그에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초미세먼지와 수많은 대기오염 물질이 다량 포함돼 황사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1909년 영국은 스모그 때문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지역에서 1063명이 사망했고, 미국 뉴욕도 1966년 11월24∼31일 8일에 걸쳐 일어난 스모그로 168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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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스모그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수많은 대기오염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스모그는 석탄 소비량과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의 그림자와 같다. ‘런던형 스모그’와 같은 치명적인 인명 손실은 석탄 사용이 줄면서 선진국에선 사라졌지만, 중국은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장 가동에 난방까지 겹쳤던 지난 1월 베이징의 대기오염지수는 700∼800㎍/㎥을 넘으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25㎍/㎥의 약 30배를 웃돌았다.
외신에 따르면 베이징에는 스모그로 인한 신조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커’는 “베이징에 온 외국인이 하루 만에 호흡기 이상으로 기침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스모그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다. 그로 인해 깨끗한 공기를 담은 ‘공기 캔’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베이징 환경보전국은 스모그가 기준치를 넘으면 학교의 건물 밖 체육 활동을 중단하고 오염 배출 업체들의 가동을 중단하게 하는 응급방안 규정을 마련했다. 2월 춘제에는 폭죽 연기가 공기 질을 떨어트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폭죽 판매량도 약 25% 하락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런 모습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겨울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일수가 늘어난다.
◆손 씻기, 외출 자제하기… 생활습관 개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8월 예보가 시작된 이후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속에 들어있는 아황산가스, 질소 산화물, 납, 일산화탄소 등 수많은 대기오염 물질은 사람의 폐포에 들어가 호흡기를 자극한다. 급성 또는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비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호흡기가 약한 천식 환자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노약자들은 이 때문에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외부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환에는 남다른 처방법이 따로 없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 양치질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창문을 꼭꼭 닫아도 틈을 타고 집 안으로 흘러들어오므로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방바닥 청소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려면 야외보다는 실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모과·감·무·생강·도라지·연근·은행·호박 등 기관지 예방, 토마토·쑥·오렌지·당근 등 면역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음식을 꾸준히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중국에서 난방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스모그 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훈 북부병원 내과 과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땐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하루 2L씩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좋다”며 “요즘과 같은 날씨에 갑자기 일주일 이상 기침이 지속되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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