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를 읽는다는 것은…

입력 : 2013-10-24 19:43:30 수정 : 2013-10-24 19:43:30

인쇄 메일 url 공유 - +

김사인 시인 ‘시를 어루만지다’ 시란 대체 무엇인가. 김사인(57) 시인이 최근 펴낸 ‘시를 어루만지다’(도서출판 b)에서 던지는 화두다. 그는 시가 대체 무엇인가에 답하기 앞서 시를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를 시답게 받아들이려면 “시 앞에서 겸허하고 공경스러워야” 하고 “시가 ‘옳고 그름의 문제’에 관여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아름다움의 문제와 더 인연이 깊은 분야’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 전부를 어루만져 보고 냄새 맡고 미세한 색상의 차이를 맛보는 일”이라고 설파한다.

김사인 시인
이 책은 김 시인이 월간 ‘현대문학’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 한편을 정하고 주석을 달았던 연재물에다 시론을 덧붙여 엮여낸 것이다. 편편에 깃든 주석이 원전 못지않게 흔감해서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문외한들까지 젖어들게 만든다. 미당 서정주의 ‘영산홍’.

“영산홍 꽃잎에는/ 山이 어리고// 山자락에 낮잠 든/ 슬픈 少室宅/ 少室宅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産 너머 바다는/ 보름 살이 때// 소금밭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김사인은 단 10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에서 넒고도 깊은 세상을 보았다. 그는 “불쑥 찾아와 하룻밤 묵고 갈 남정네를 기다려 윤이 나도록 닦아놓았을 저 툇마루의 요강이라니!”라고 탄식한다. 그는 “시인이 더 긴말을 붙이지 않고, 그 오두막 산 너머에는 바다가 있고, 사리 때인 그 바다에는 소금기에 전 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가 산다고만 귀띔할 뿐”이라고 적었다.

이 책에는 미당 세대에서부터 실험 시를 쓰는 근자의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김사인이 좋아하는 시들을 뽑아 수록하고 토를 다는 글이 담겼다. 김사인은 “큰 문예지나 문학상의 물망에 오르지 않거나 시류에 초연한 시인들은 숫제 없는 사람 취급일 때가 많다”고 적시하면서 “시장과 문학저널리즘이 빚어내는 그 왜곡과 허상을 적절히 보정하지 않고는 한국문학의 참모습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고 서문에 적었다. 이러한 우려에 값하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시인의 이런 시는 어떠한가.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카먼//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기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이종문, ‘효자가 될라 카머-김선굉 시인의 말’)

김사인은 “얄궂은 세월인지라 잘못하면 ‘노인 추행’으로 몰릴 판이지만, 읽을수록 통쾌하고 마음이 더워진다”면서 “세상의 모든 늙은 ‘어무이’들께서는 기절초풍하시다가도, 또 한편 유쾌해하실 듯하다(그걸 곁에서 지켜볼 신식 며느님들 쪽에서는 다소 고역이시겠지만)”이라고 주석을 달아 놓았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오피니언

포토

김혜준 '깜찍한 볼하트'
  • 김혜준 '깜찍한 볼하트'
  • 강한나 '아름다운 미소'
  • 전미도 '매력적인 눈빛'
  • 서현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