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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걷는 듯 ‘아찔’… 발아래는 ‘운무의 바다’

입력 : 2013-10-17 20:36:06 수정 : 2013-10-17 22: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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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후베이성 비경 언스대협곡 칭장화랑 기암괴석, 아찔한 절벽, 절묘한 봉우리들을 감싸는 끝없는 운무, 수직 낙하하는 폭포….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이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에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아, 여기가 바로 선계(仙界)로구나!’ 삭막한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문득 자연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자연에서 멀어진 도시인들이 자연의 순수함을 동경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 본능 아닐까. 천하절경을 벗삼아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이곳은 중국 언스대협곡(恩施大峽谷)과 칭장화랑(淸江畵廊)이다. 언스대협곡과 칭장화랑은 중국에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다. 관광 인프라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장대한 비경이 빚는 무궁무진한 매력은 이를 감싸고도 남는다. 주마간산 격이었지만, 순수한 대자연의 황홀하고 너른 품에 잠시나마 안겨보니 비로소 보인다. 세상사 시름 한 줌 먼지라는 것이.

# 신이 빚은 조각 작품, 언스대협곡

후베이(湖北)성 서남부 내륙지방인 언스(恩施)시는 한국 관광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역이다. 언스투자먀오족자치주의 행정구역인 언스는 평균 해발고도 1000m로, 총 면적의 70%가 산으로 이뤄져 있다. 인구는 80만여 명으로 한족 이외에도 투자(土家)족과 먀오(苗)족 등 소수민족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인근 이창(宜昌) 지역 관광지인 싼샤런자(三峽人家)에 가면 투자족들의 전통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언스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30분가량 달리면 언스대협곡에 도착한다. 중국인이 최고 명산으로 꼽는 곳은 황산, 한국인이 중국 최고 명산으로 꼽는 곳은 장자제(張家界)인데, 언스대협곡은 이 두 곳을 합친 듯한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황산이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기암괴석, 장자제가 석영사암 봉우리로 유명하다면 언스대협곡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의 석회암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최고 해발고도 2200m로 전체 길이는 108㎞, 총면적은 300㎢나 된다. 이 중 관광지로 개발된 구간은 10㎞. 지상으로 솟구친 기암절벽 속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협곡을 일주하는 코스는 4시간 정도 걸리지만, 그 웅장한 규모와 까마득한 수직의 낭떠러지가 보여주는 위용에 감탄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언스대협곡 해발 1700m 절벽에 설치된 잔도. 깎아지른 절벽길이 500m 정도 이어진다.
트레킹 코스 초입에는 가파른 계단 500여개가 이어진다. 걸어서 40∼50분이 걸리는데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10여분 만에 90도로 깎아지른 절벽에 도착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산아래로부터 뭉글뭉글 피어오른 안개가 코끝을 스쳐간다. 30여분쯤 걸으면 사람 하나 비집고 들어갈 만한 동굴길인 ‘일선천(一線天)’이 나온다.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하늘로 가는 길’이란다.

일선천을 통과하면 언스대협곡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바로 절벽 위를 걷는 잔도(棧道·사다리길)의 시작이다. 해발 1700여m의 벼랑에 철심을 박아 만든 폭 2m도 안 될 법한 잔도가 500m 정도 이어진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문득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길을 만들다가 목숨을 잃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잔도를 걸으며 보는 운무의 바다는 신비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도 안개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 솜사탕 같은 뿌연 장막 뒤에서 절묘한 바위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고는 잠시 부드러운 구름의 바다 위에 고고하게 떠 있는다. 구름이 움직이면 이 몽환적인 풍경도 다시 모습을 감춘다.

잔도를 지나면 언스대협곡의 또 다른 보물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촛대를 닮은 높이 150m의 바위기둥 ‘일주향’, 아이를 업은 엄마바위 ‘모자정심’, 코끼리 코를 닮은 ‘코끼리 바위’ 등등…. 머리 위 기암괴석들 사이로 무협영화에 나오는 무술 고수나 신선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것만 같다.

트레킹 코스는 총 6000여개의 계단이 이어지는데 험준한 구간 곳곳에는 관광객을 태우고 오르는 가마꾼들이 있다. 노약자나 다리가 불편한 관광객들은 이용해볼 만하다. 하산 길 마지막에는 작년 말 완공된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400m 정도를 운영하는데 아시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라고 한다.

언스대협곡을 감싸고 있는 운무의 바다.
# 산수화 갤러리를 옮겨놓은 듯한 ‘칭장화랑’


칭장강(淸江)은 언스에서 서쪽으로 70여㎞ 떨어진 리촨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총 길이가 420여㎞에 달하며 마지막에 창장강(長江·양쯔강)으로 합류한다. 투자 사람들은 이 칭장강을 ‘어머니 강’이라 부른다.

언스에서 가까운 펀수이허 부두에서 유람선을 타면 칭장강을 따라 좌우 병풍처럼 이어진 협곡 사이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짙푸른 칭장강을 가르는 유람선에서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양쪽으로 아찔한 벼랑과 기묘한 석회암 봉우리들이 다가오면 할 말을 잃게 된다. 4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인데 시시각각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이 마치 갤러리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칭장화랑의 자랑거리는 끊임없이 나타나는 폭포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100여개에 달하는 폭포들이 곳곳에서 장쾌한 물줄기를 강으로 쏟아낸다. 수많은 폭포 중에서도 백미는 ‘나비 폭포’. 나비 모양을 한 수십m의 거대한 암벽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찬 물줄기에 선상 관광객들은 탄성을 내지른다. 눈과 귀가 시원해지고 가슴 속까지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짝퉁 천국’ 중국에서도 산수(山水)만큼은 진짜배기란 말이 있다. 산과 폭포와 강이 만들어낸 칭장화랑의 기막힌 조합은 진짜배기임에 틀림없다.

언스=글·사진 이지혁 기자 pressc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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