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은행 370만1000명 달해, 환율우대 전용상품 잇단 출시
무담보·무보증 신용대출 등장, 특화점포 확대·언어 서비스도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익 환경이 악화된 은행권에서 외국인 고객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각 은행은 외국인 전용 상품을 내놓거나 외국인 특화 점포를 설치하는 등 외국인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1994년 10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2년 63만명으로 증가한 뒤 2007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15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를 차지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쯤에는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700만∼800만명의 외국인이 국내에 체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불황 등으로 수익이 줄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 외국인 고객은 ‘매력적인’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용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KB웰컴 통장), 우리은행(우리 포춘 급여통장·정기예금), 외환은행(이지원 정기예금·적금) 등에서 외국인 전용 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에서는 지난달 말 ‘신한 글로벌 OK 통장’을, 기업은행에서는 이달 초 ‘IBK 아이러브 코리아 통장’을 출시했다. 이 같은 외국인 전용 상품들은 해외 송금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중도 해지 수수료 우대 등의 특화된 혜택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외환은행의 ‘이지원 정기예금’은 출시 4개월 만인 지난 8월 말 기준 누적 계좌수가 2만7000여개에 달한다. 외환은행에서는 지난 7월 무담보·무보증으로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외국인 신용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외국인 특화 점포도 증가 추세다. 평일 낮시간에 은행 근무를 보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휴일·야간 영업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중구 광희동, 경기 의정부 등 5곳을 외국인을 위한 휴일영업점으로 지정한 가운데 지난달부터는 경기 포천 송우점을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야간 점포로 운영 중이다. 외환은행도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안산 원곡동, 서울 대림역 등 12곳에 휴일 점포를 설치했으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주말 영업 점포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내국인들보다 점포 이용률이 높은 외국인들을 위해 외국인 상담원을 배치한 외국인 전용 상담 창구도 늘어나고 있다. 또 각 은행 홈페이지에서는 영어·중국어·일본어 외에 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필리핀어 등 다양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용 콜센터를 설치해 외국인들의 금융서비스 편의를 높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용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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