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욕하면 세종대왕이 잡아가요"

입력 : 2013-10-09 11:15:02 수정 : 2013-10-09 11:15:02

인쇄 메일 url 공유 - +

"욕을 하면 세종대왕님이 다 잡아가신다고 배웠어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백성들에게 반포한 날이 바로 한글날이에요."

서울 면일초 4~6학년 60명은 한글날을 앞두고 잊지 못할 체험을 했다. 바로 국내 유일의 납 활자 인쇄공장인 '활판공방'을 방문한 것.

아이들은 8일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행복독서버스'의 첫 번째 승객으로 올라 '책의 도시' 파주를 방문했다.

파주출판단지 내에 있는 국내 유일의 납 활자 인쇄공장인 '활판공방'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속 활자 서적 '직지심체요절'을 낳은 우리 전통 인쇄 기술을 과거 방식 그대로 전승하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비릿한 윤활유와 잉크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이들은 좌우를 둘러보며 수많은 납 활자가 꽂혀있는 나무 선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들은 15명씩 1조를 이뤄 '활판공방'에서 직접 납 활자를 한지에 인쇄하는 체험을 했다.

"철컥 철컥" 수십 년은 훌쩍 넘긴 듯한 활판윤전 인쇄기는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에 의해 막힘없이 돌아갔다.

자신의 이름이 한 글자씩 한지에 새겨질 때마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6학년 김다빈양은 "우리나라 전통 인쇄술로 한지에 글씨를 새기면 1000년도 넘게 유지된다고 들었다"면서 "한지에 이름을 새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5학년 하유진양은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글자가 새겨지는걸 보니 한글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예쁜 한글을 곱고 바르게 써야하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줄임말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줄임말, 욕설 등을 아무렇지 않게 쓰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양은 "직접 말을 하지 않고 문자로 쓰다보면 맞춤법도 안 지키고 말도 줄여 쓰게 된다"며 "맞춤법에 맞는 말이 뭔지 생각이 안 날 때도 많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또 "채팅에 익숙해지니까 욕도 쉽게 하게 되고 실생활에서도 이어지게 된다"며 "요즘은 저학년 아이들도 어른처럼 욕을 잘 한다"고도 말했다.

5학년 김슬아양은 "욕을 하면 세종대왕님이 다 잡아가신다고 배웠다"며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백성들에게 반포한 날이 바로 한글날"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이날 '활판공방'에서 한지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 한 글자 한 글자를 보며 한글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우연하게 한글날과 행사가 겹쳤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행복독서버스'를 '한글날기념 행복독서버스'로 할 걸 그랬다"며 "책 읽는 바람이 불어 독서문화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