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대표적 모습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는 열리지 않던 당내 회의들이 부활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국정 노선으로 제시한 ‘핵무력과 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8월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당의 군 지배 원칙을 천명했다. 또 최고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행동규범 역할을 하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유일사상 10대 원칙)’도 노동당의 권능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아 39년 만에 개정했다.

김정은 체제의 인사에서도 당 우위 노선이 반영됐다. 지난해 4월 개최된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포함)이 27명에서 36명으로 정치국 규모가 확대되고 경제·기술관료들이 대거 중용됐다. 경제통인 박봉주 총리가 정치국 위원에 진출하고 곽범기(비서 겸 계획재정부장), 백계룡(경공업부장), 한광복(과학교육부장) 등이 당 부장에 새롭게 임명되는 등 경제·기술 관료들이 전면 배치됐다.
군 총참모장이나 인민무력부장, 인민보안부장 등 군부 핵심 인물들은 과거와 달리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지 못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렀다. 정치국 내 군부 인물 비중이 23%(30명 가운데 7명)에서 35%(34명 가운데 12명)로 늘어나긴 했지만, 상무위원에는 이전과 달리 군부 핵심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중심의 국가운영 강화가 특징”이라면서 “당 관련 회의체를 통한 의사결정을 자주 하는 등 김정일 시대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김정은 체제 이후 주요인사 개편 특징’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약 2년간 당·정·군 주요 인사 218명 가운데 44%인 97명을 교체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68명(31%)을, 올해는 29명(13%)을 갈아치웠다. 군 수뇌부는 4대 핵심 직위인 총정치국장·총참모장·인민무력부장·작전국장이 전원 교체됐다. 지난해 8월 이후 군 핵심인물 8명의 계급이 강등됐으며, 이 가운데 4명은 복권되는 등 군 수뇌부 인사는 어지러울 정도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사를 통해 군부를 장악해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고, 역으로 아직 장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잦은 인사를 단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김정은 집권 초기 공개행사에서 지근거리 보좌를 했던 60∼70대 수행 그룹은 올 들어 전문성을 갖춘 50∼60대 신진 인물로 교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9월30일 기준 김 제1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112회)이었으며 지난해 106회로 최다 수행인사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49회로 2위로 밀렸다. 반면 박태성(46회) 박정천(36회), 황병서(36회), 마원춘(30회) 등 부부장급 새로운 인물들의 수행 빈도는 높아졌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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