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조선 세종태학원 총재인 강상원 박사는 '신미 대사와 훈민정음 창제 학술 강연회'에서 훈민정음 창제 시기(1443년)보다 8년 앞선 정통(正統) 3년(1435년)에 한글과 한자로 된 '원각선종석보(圓覺禪宗釋譜)'라는 불교 고서가 신미 대사(1403~1480년)에 의해 출간됐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이날 충북 보은문화원에서 열린 강연회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펴면서 '원각선종석보' 사본을 공개했다.
이 책은 부처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기술한 일대기로 알려졌으나 현존 여부는 정확지 않다.
강 박사가 공개한 사본에는 책 발행 시기를 '정통 3년'이라고 한자로 명시해 놓았으며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 부처의 일생을 담아냈다.
훈민정음 창제에 앞서 한글의 제자(製字) 원리를 실험한 불교 고서라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한 역사를 새로 조명해야 한다.
강 박사와 함께 주제 발표를 한 정성욱 금오선수행 연구원(시인)도 이 고서에 관해 '사본의 내용과 같은 진품이 있다면 한글 창제를 시작한 세종 25년(1443년)보다 8년 앞당겨 제작된 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놀랍게도 훈민정음 공포 8년 전에 이미 한글로 만들어진 경전이 세상에 있었던 것"이라며 "당시 대제학인 정인지가 세종실록에 8년 전 훈민정음이 이미 창제된 사실을 알리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의 말처럼 문제는 이 책의 원본 유무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강 박사 측은 "2000년 열반한 해인사 일타 스님이 생전에 원본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원본 유무에 관해 노태조 대전보건대 교수는 2003년 '원각선종석보의 찬성 경위'(불교문화연구 제2집)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면서 일타 스님이 소장하던 원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각선종석보'의 원본 존재여부와 이 책의 한글 표기에 따른 한글 창제시기에 관한 논란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이런 가운데 훈민정음 해례본을 도굴 당한 경북 안동의 광흥사는 '원각선종석보'의 존재를 단정하고 한글날을 맞이해 영인본을 사찰 경내에 전시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원본을 찾는다면 한글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중요한 사건이 되겠지만 원본이 없는 현재 이 주장을 정론으로 인정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지금으로서는 원본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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