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부터 사흘간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리는 올해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제23호 태풍 피토의 북상 때문에 결선 날인 6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 있다.
물론 아직 태풍의 진로가 유동적인 만큼 6일 날씨가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만일 비가 내린다면 레이스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1회 대회였던 2010년에는 비가 레이스에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예선 경기가 열린 그해 10월23일부터 비가 조금씩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였다. 24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됐고 결선 레이스는 예정됐던 오후 3시를 10분 넘겨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판단으로 출발부터 17번째 바퀴까지 세이프티카가 함께 돌았다.
세이프티카 상황에서는 추월이 금지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레이스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비 때문에 사고가 속출해 예선 2위였던 마크 웨버(호주·레드불)가 13번째 바퀴에서 미끄러져 사고로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고 예선 1위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 역시 내내 선두를 달리다 46번째 바퀴에서 엔진 이상으로 멈춰 섰다.
레이스에 변수가 많아지는 만큼 우승자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것이 바로 수중전의 묘미다.
비가 내리면 타이어 교체가 승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F1에 쓰이는 타이어는 슈퍼 소프트, 소프트, 미디엄, 하드의 네 종류가 있지만 비가 오면 웨트 또는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써야 한다.
젖은 노면에서 일반 타이어를 쓰면 접지력이 크게 약해져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F1에 타이어를 공급한 브리지스톤 관계자는 "비가 올 때 일반 타이어를 쓰는 것은 청테이프가 물 위에서는 제대로 붙지 않고 미끄러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면 각 팀의 전략이 더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도 얼마나 더 오래 내릴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전적으로 팀에서 판단할 몫이기 때문이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곧바로 우천용 타이어로 바꿨는데 곧바로 또 비가 그치면 그와 같은 낭패가 없다.
반대로 비가 그쳤다고 일반 타이어로 교체했다가 다시 비가 내리면 또 피트 스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2010년 4월 중국 상하이 대회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각 팀은 일반 타이어로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비가 계속 이어지자 대부분 초반에 우천용 타이어로 교체했다.
하지만 젠슨 버튼(영국·맥라렌)은 이때 타이어 교체 없이 계속 달렸고 결국 이것이 적중해 다른 드라이버들이 다시 일반 타이어로 갈아 끼우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사이 선두로 치고 나가 끝내 우승까지 차지했다.
따라서 경주장의 날씨 정보는 각 팀에게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각 팀에 제공되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F1에서 날씨 정보를 각 팀에게 똑같이 전해준다.
특히 경기장으로부터 반경 100㎞ 지역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한 구름 사진을 통해 거의 분 단위로 날씨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판독하는 것은 각 팀의 자유다. 따라서 거의 모든 팀이 예외 없이 기상 전문가를 대동해 레이스 중 날씨를 예측하게 한다.
결국 올해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태풍 변수가 끼어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일 레이스 도중 눈이 내리면 어떻게 될까.
1950년 창설된 F1에서 눈 때문에 경기에 차질을 빚은 사례는 아직 없다.
기본적으로 F1이 3월에 개막해 11월에 끝나는데 3월에는 초가을인 호주나 눈이 내리지 않는 말레이시아에서 대회가 열리고 11월 역시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질 등에서 경기가 진행돼 눈이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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