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신독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3-09-29 22:18:11 수정 : 2013-09-29 22:22:26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군자는 반드시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고 경계해야 한다(君子必愼其獨也)’. 동양 고전 사서삼경 중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 사상이다. 유학에서 예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수양에서 우러나온다. 조선 최고 유학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도 신독을 강조했다. 이이는 “도에 들어서기 위한 가장 긴요한 수련이 신독”이라며 “홀로란 말은 왕래가 없는 고요한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싹트는 자신의 마음속 자리를 가리킨다”고 했다.

홀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 이순신은 신독 정신이 몸에 밴 대표적인 공직자다. 이이가 이조판서로 정부 인사를 담당하고 있을 때 유성룡을 통해 만나자는 제안이 오자 “나와 율곡이 같은 성씨이니 의리상 마땅히 가깝게 지내야겠으나 그가 관리의 인사를 맡고 있는 동안에는 만나볼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고성 군수가 정성들여 모은 추로(秋露·약으로 쓰는 가을 이슬)·쇠고기·벌통을 보내오자 부하 군인들에게 모두 나눠 줬다. 백의종군 때에는 머물려던 집 주인이 과부라는 말을 듣곤 곧 다른 집으로 옮겼다.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이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도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신독을 제시했다. 언관을 거쳐 부제학, 대사헌에 오른 개혁가 조광조는 왕이 침실에 혼자 있을 때도 신독을 지키라고 진언했다. 남이 안 보는 곳에서도 항상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아 자기 수양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대사헌은 지금의 검찰총장에 해당한다. 신독은 일거수일투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요즘의 공직자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계율이다.

정치적 동기야 어쨌든 공직자가 떳떳지 못한 사생활로 구설에 오르는 것은 신독에 실패한 것이다. 이를 비호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집 떠난 자식을 걱정하던 우리네 어머니들도 새벽에 처음 길은 정화수를 떠놓고 빌었다. 하물며 추상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의 삶의 궤적이 정갈하지 못하다면 무엇으로 영을 바로 세우겠는가. 신독할 수 없는 자는 애초 공직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정진 논설위원

오피니언

포토

원지안 '청순 대명사'
  • 원지안 '청순 대명사'
  • 이효리, 요가원 수강생 실물 후기 쏟아져…
  • 엔믹스 해원 '눈부신 미모'
  • 박한별, 남편 논란 딛고 여유 만끽…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