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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능 공포에 수산물 매출 '뚝'… 시름·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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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06 18:52:58 수정 : 2013-09-06 22: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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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 현지 르포 5일 오전 5시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에는 전날 조업을 나갔던 9∼10t 규모의 어선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인부들은 곧바로 팔딱팔딱 뛰는 갈치와 조기, 고등어 등을 경매장으로 실어날랐다. 얼핏 보기에 고기를 많이 잡아서 좋을 것 같은데 정작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일본 원전사고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유출돼 수산물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성심수산 관계자는 “추석을 앞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선물용 갈치 판매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방사능 유출 공포에 수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6시가 되자 수협 경매장은 싱싱한 수산물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나온 중매인들로 활기를 띠었다. 고등어(25㎏)는 3만원대, 조기(10㎏ 기준)는 10만∼11만원대, 갈치(10㎏ 기준)는 15만∼16만원대에 거래됐다.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7시30분쯤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15만∼16만원대를 형성하던 갈치 가격이 13만원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경매가 중단된 것이다.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갈치가 잘 팔리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 중매인들이 구매를 꺼린 탓이다. 이성복 제주수협 중도매인협의회 회장은 “오늘 잡은 수산물은 추자도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잡아온 것이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며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방사능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수산업 종사자들이 인건비도 못 건질 정도로 크게 어렵다”고 털어놨다.

제주도 횟집들도 방사능 오염수 유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후 1시쯤 제주시 해변도로에 위치한 A횟집. 50여명의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거렸지만 이들이 주문한 메뉴는 ‘해물뚝배기’가 전부였다. 띄엄띄엄 눈에 띄는 일반 고객들도 간단한 해물요리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신혼여행을 왔다는 김하나(27·여)씨는 “청정지역 제주에 와서 회를 못 먹고 가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2세 걱정 때문에 안 내킨다”고 말했다. A횟집 관계자는 “요즘 하루 매출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관광객들도 생선회는 외면한 채 주로 해물요리를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수협 경매장 한편에서 갈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갈치가 많이 잡히고 있지만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여파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파문 이후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태평양 등 더 넓은 지역의 수산물까지 이미 방사능에 오염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가 8월 수산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본과 가까운 동해나 남해 지역에서 잡히는 갈치, 고등어, 명태 등 수산물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0% 이상 줄었다. 반면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 전어, 꽃게 등 수산물은 매출이 최대 360% 증가했고 갈치, 연어 등 대서양 수입 수산물 역시 매출이 최대 90%가량 늘었다. 이갑수 이마트 판매본부장은 “전국 물류센터에서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한 뒤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산물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의모임 회장은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품질인증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방사능 관련 안전조치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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