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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애별리고(愛別離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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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26 21:38:45 수정 : 2013-08-26 21: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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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연인, 친한 벗 등 보고 싶은 이를 만나지 못하는 아픔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다. 불교에서 인생의 네 가지 고통(四苦) 중 ‘애별리고(愛別離苦)’, 곧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포함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정든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부모형제, 친구가 더욱 생각날 수밖에 없다.

당나라 때 대문장가 왕유(王維)는 그리움을 이렇게 애틋하게 노래했다.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 신세/ 좋은 계절 되니 고향의 일가친척 더욱 그리워 ….(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

우리 민족은 숱한 외침의 수난사 속에 가슴 쓰린 이별의 정한을 깊이 담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분단은 냉전시대의 유물의 하나로서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적인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가족들이 60년 이상이나 떨어져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더구나 이산가족 1세대가 점점 유명을 달리해 감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현안으로 대두된 지 오래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남북은 다음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는 쌍방 40가족씩 ‘화상 상봉’도 갖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전격 제의하면서 대북 핵심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시동이 걸렸다고 하겠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간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북측 지도층의 유연하고 전향적 자세가 요청된다.

‘노자’는 ‘부드러우면 살고 굳어지면 죽는다(柔生堅死)’며 “천도에 어긋나고 인간 본성에 반하면 만사를 잃는다(乖天逆性本心喪)”고 경고했다. 노자의 말에 귀 기울여 이산의 한을 풀고, 한반도 평화의 날을 맞이하자.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愛別離苦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뜻함.

愛 사랑 애, 別 나눌 별, 離 떠날 리, 苦 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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