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조항 무시… 비판 목소리도 양건 감사원장이 23일 자진 사의 표명 형식으로 전격 용퇴를 선택했지만 “교체는 시간문제였다”는게 여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청와대와 여당, 감사원에서 “버틸만큼 버텼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명박정부때인 2011년 3월 임명된 양 원장은 새 정부 출범시 ‘전례’에 따라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가 청와대의 유임 결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독립 기관인 감사원 수장의 임기 4년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중도 하차시키는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여겨졌다. 그러자 양 원장은 의욕적으로 이명박정부 최대 국책과제인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드라이브를 세게 걸었고 지난달 10일 이전과 달리 ‘대운하 연계’라는 3차 감사결과를 내놓아 ‘정치 감사’ 시비를 자초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의 반발이 거세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청와대로선 ‘잠시 보류’했던 양 원장 교체의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더욱이 4대강 감사가 끝난데다 하반기 국정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감사원의 적극 활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래 저래 새 수장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사실상 경질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권 핵심부에선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으로 봐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이 때문에 양 원장 낙마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청와대가 양 원장의 퇴진을 압박해 임기 조항을 무시했다는 야권과 언론의 문제제기가 뒤따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1987년 헌법 개정후 역대 감사원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우는 국무총리로 중도 발탁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3명 밖에 없다.
청와대는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초기부터 감사원장 기용설이 돌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7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의 대선 정치쇄신 공약을 성안한 인물이다. 지난 2003,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한 바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그는 지난달 서울 용산에 사무실을 내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도 후보군이다. 김 전 위원장은 권익위원장 시절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대형로펌인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겸 공익법률센터장인 목 전 재판관은 꾸준히 하마평에 올라왔다.
남상훈·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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