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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정의 공연 돋보기] 창작뮤지컬 꿈 찾는 젊은 돈키호테들의 무대

입력 : 2013-08-22 22:41:39 수정 : 2013-08-22 22: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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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특유의 낭만과 환상으로 꿈과 희망을 지원한다. 얼마 전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 앙코르 무대에서는 특히 꿈꾸는 인물들의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젊은 창작자들의 네 작품에 각각 소년소녀·청소년·청년·노인 등 다양한 나이대의 캐릭터가 등장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한다.

‘내 인생의 특종’에는 연애 한번 못해 본 모태솔로들이 등장한다. ‘연애스쿨’을 찾은 이들은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장점을 발견해주고 자신감 급상승하여 꿈에 그리던 연애에 성공한다.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용기를 갖고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은 취업과 실적, 외모지상주의 등의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내 인생의 특종’ 한장면. 올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 앙코르 무대에서는 꿈꾸는 인물들의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한 ‘팩션’이지만, 그 속에 동시대 삶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무서운 아내 명성황후와 고개 숙인 고종, 그리고 자유를 꿈꾸는 순종의 모습이 전형적인 우리 시대 가족이다. 세자 교육을 못 견디고 록커가 되겠다며 가출하는 순종은 로열 패밀리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히지만, 결국 음악을 통해 민중과 만나는 방법을 깨닫는 빛나는 성과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문리버’와 ‘주그리우스리’는 각각 소년소녀, 노인의 꿈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문리버’에서는 ‘소나기’를 연상시키는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이끌림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 작품은 현실에서 소외된 듯 외로워 보이는 두 소년 소녀의 성장드라마다. 아버지들이 없다는 설정도 결핍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몽환적인 공간과 음악은 아련한 그리움을 배가시킨다. 아버지를 찾아 우주로 날아가겠다는 소녀의 판타지는 이뤄지지 못하지만, 엄마에게로 떠나는 결말은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의 극복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주그리우스리’는 장수 마을의 이면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휴머니즘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는 저승사자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이들의 애환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재개발의 위협에 맞닥뜨린 노인들의 절망감을 보고는 실적이고 뭐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저 예전처럼 함께 울고 웃으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노인들의 소박한 꿈은 그 자체로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유명한 뮤지컬 넘버가 있다. 이 노래에서처럼, 돈키호테의 믿음과 집요함은 뮤지컬의 낭만 속에서 불가능한 꿈을 가능한 꿈으로 바꾼다. “시도하라. 또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라는 사무엘 베케트의 명언처럼, 뮤지컬 무대는 실패를 결말이 아닌 과정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들 역시 용기를 잃지 않는 돈키호테이며 환상을 만드는 마술사들이 아닐까. 나아가 언젠간 각자가 현실 속에서 원하는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네 작품 중 ‘라스트 로얄 패밀리’와 ‘주그리우스리’는 지원작으로 선정된 만큼, 머지않아 관객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꿈을 절반은 이룬 격 아닐까.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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