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최초의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바이에른주의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독일 현직 총리가 다하우 수용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연설을 통해 “이곳 수용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면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으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과거 독일이 인종과 종교, 성별 등의 이유로 사람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데 있어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았는지 돌아보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인 대다수가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은 역사와 현재의 다리가 돼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각국에서 나타나는 극우파 네오나치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유럽은 극우주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런 생각이 민주주의 유럽에 자리 잡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의 다하우 수용소 방문은 과거 이 수용소에 수감됐던 막스 만하이머(93)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다하우 수용소는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직후 뮌헨에서 16㎞가량 떨어진 다하우에 만든 정치범수용소다. 다하우 수용소는 이후 12년 동안 나치가 운영한 여러 강제수용소의 표본이 됐다. 나치 정권은 이곳에 유대인과 동성애자, 집시, 전쟁포로, 장애인 등 20만명을 가뒀고 모두 4만1500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켈 총리의 다하우 수용소 방문 시간은 15분 정도로 짧았지만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다하우 수용소에 수감됐던 리투아니아 출신 아바 나오르(85)는 “메르켈 총리의 방문은 독일이 그 당시 역사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달 총선 유세까지 미루고 유대인 희생자 추모에 나선 메르켈 총리의 모습은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 공물 봉납이란 꼼수를 썼고, 전몰사 추도사에서는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 국민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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