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모델 앞다퉈 출시 … 4000cc 이상은 ‘찬밥’ 배기량 2000㏄ 미만 수입차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올 상반기에 판매된 수입차 7만4487대 가운데 2000㏄ 미만은 무려 52.2%에 달한다. 지난해에 비해 30.3%나 증가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올해 무난하게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4000㏄ 이상 수입차 판매율은 2.3%로 매년 추락하고 있다. 작은 차는 잘 팔리고 큰 차는 외면당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입차업체들도 저배기량이면서도 힘이 센 신차 출시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다운사이징’ 열풍을 들여다봤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4년 배기량 ‘2000㏄ 미만’ 차량과 ‘4000㏄ 이상’ 차량은 각각 전체 판매량의 15.5%, 15.1%를 차지했다. 당시 배기량별 판매율은 ‘2000∼3000㏄’가 전체의 40.8%였고, ‘3000∼4000㏄’도 28.6%나 됐다. 10년 전만 해도 ‘수입차=고배기량’이라는 공식이 통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000㏄ 미만’ 49.4%, ‘2000∼3000㏄’ 33.4%, ‘3000∼4000㏄’ 14.1%, ‘4000㏄ 이상’ 3.1%로 집계됐다. 수입차 업체들이 배기량은 낮추고 성능을 높인 차량을 쏟아내면서 고연비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인 것. 저배기량 모델일수록 잘 팔리고 있는 것인데 이 같은 ‘다운사이징’은 독일차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링카인 BWM 520d(1위),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5위), 아우디 A6 2.0 TDI(9위) 등 2000㏄ 이하 모델들이 약진하고 있다. 한 독일차 관계자는 “차를 고르면서 연비 등을 세밀히 따지기 시작한 게 불과 몇년 안 됐다”며 “외부 시선을 의식해서 수입차를 사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여기다 재규어코리아도 대표 세단 XJ와 스포츠 세단 XF에 기존 5.0ℓ 엔진 대신 2.0ℓ 터보 엔진으로 교체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렸고, 포드코리아도 링컨의 중형세단 MKZ에 종전 3.5ℓ 엔진 대신 2.0ℓ 엔진을 채택해 인기를 끌면서 다운사이징 열풍에 합류했다.
◆수입차 가격의 미학…‘5000만∼7000만원대’ 부동의 1위
잘 팔리는 수입차의 배기량 변화는 뚜렷하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가격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5000만∼7000만원대로 동일하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감당할 만하다고 느끼는 가격이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사이일 것”이라며 “수입차업체들 상당수의 주력 모델이 이 가격대에 포진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진단했다.
반면 최근 몇년새 소형 수입차들이 약진하면서 저가 모델들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3000만원 미만대 수입차 판매는 점유율 면에서 오히려 줄었다. 고배기량 차량이 외면당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1억5000만원 이상 차량의 판매량 비율도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7000만∼1억5000만원대 수입차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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