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1일 자폐성 장애 1급인 A(22·여)씨와 그의 어머니가 장추련을 찾았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이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성교육을 받던 중 9년 전 성폭행 당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에 고소했다"며 변호사 선임 등의 문제를 걱정했다.
장추련은 즉각 여성 변호사를 법률조력인으로 신청한 뒤 서울 송파경찰서에 박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하도록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자폐성 장애의 특징에 대한 설명도 포함됐다. 자폐성 장애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과 같이 어느 한 부분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또 거짓말을 꾸며내지 못하고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성향이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박씨를 검거했다. 조사결과 박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이 A씨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고 A씨 부모와도 친분이 있었다. 박씨는 A씨를 성폭행한 뒤 '비밀을 지켜라'고 강요해 피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씨는 2003년 11월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에서 놀러 온 A(당시 12세)씨를 성폭행하는 등 2004년 5월까지 모두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A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비교적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승욱)는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8년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이도 어리고 자폐성 장애까지 있어 성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한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범행 사실을 비밀로 하라고 말하는 등 A씨의 장애를 이용해 범행을 은폐하려고도 했다"고 판시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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