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줌人@Zoom In] 귀화 女탁구 전지희의 ‘코리안 드림’

관련이슈 줌人@Zoom In

입력 : 2013-08-16 18:59:08 수정 : 2013-08-16 23:29:40

인쇄 메일 url 공유 - +

中 출신… 포스코에너지서 활약, ‘3년 규제’ 탓 국가대표 못 올라
국내 정상 우뚝… 세계랭킹 28위
“싱가포르 펑티안웨이가 롤 모델”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요.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에는 반드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할 겁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여자 실업탁구 포스코 에너지의 에이스 전지희(21·사진)는 중국 출신 귀화선수이기 때문에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도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1월부터는 당당하게 한국대표로 활약할 수 있게 돼 ‘태극마크’라는 코리안드림에 다가서고 있다. 그는 양하은(19·대한항공)과 더불어 차세대 한국 여자 탁구를 책임질 재목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드문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으로 백핸드 드라이브가 주무기인 공격형 선수다.

그는 한국말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그가 학원에도 다니는 등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이제는 웬만한 소설책과 수필집을 읽을 정도다. 한국 음식도 다 잘 먹는다. 훈련이 없는 휴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김치찌개와 갈비를 먹으러 다니고 쇼핑을 하며 재충전한다. 혼자서도 전철과 버스를 탈 줄 안다. 귀여운 외모의 전지희는 남자친구에는 전혀 관심없고 오로지 탁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국 땅을 홀로 밟았을 때 가슴속에 간직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회에서 상위 랭커인 전지희는 그동안 올림픽 등에 나가지 못했다. 귀화선수는 3년간 국가대항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은 7년간 금지돼 있다. 그가 이런 큰 피해를 감수하고도 티엔민웨이라는 중국 이름을 버리고 전지희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얻은 것은 오로지 탁구에 대한 열정과 희망 때문이었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이 고향인 그는 탁구 코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7살 때 처음 라켓을 잡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1m59, 57㎏으로 다부진 체격의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 대표로 2007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 선수권대회 단식에서 준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기라성 같은 중국 내 선수들 틈에 치여 국가대표가 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번번이 탈락이었다.

지름 40㎜에 무게 2.7g의 작은 탁구 공에 인생을 걸다시피 하다 선수생활 10년 만에 불어닥친 위기 속에 한국땅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아버지의 조선족 친구가 탁구선수인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얘기에 탁구를 계속 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2010년 8월 박씨의 양녀로 입적돼 한국 땅을 밟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찾아온 한국에서 전지희는 당시 갓 창단한 포스코 에너지 김형석 감독의 지도 아래 맹훈련을 거듭했다. 그 결과 성인 무대 데뷔 첫해인 2011년 6월 창단 3개월 만에 소속팀을 제57회 종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일본오픈 21세 이하(U-21) 단식 우승, 모로코오픈 여자단식과 U-21 단식 석권 등 빛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지난 1월 국내 대회 가운데 최고 전통의 종별선수권대회 단식을 2년 연속 제패하는 등 국내무대에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오픈 대회에만 출전했음에도 세계랭킹도 어느덧 세계 28위로 뛰어올랐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37살의 백전노장으로 은퇴를 앞둔 ‘깎신’ 김경아(16위·대한항공), 서효원(17위·한국마사회), 석하정(18위), 당예서(25위·이상 대한항공)에 이어 5번째로 랭킹이 높다. 그는 18일까지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차이나오픈에 현재 출전 중이다. 여자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 감독은 “처음에 왔을 때보다 많은 게 좋아졌다. 약점으로 지적된 포핸드 공격의 파워를 좀 더 끌어올리면 충분히 세계정상을 노릴 만하다”고 평가한다. 일년에 서너 차례 고향에 다녀온다는 전지희는 “엄마랑 통화하다 보면 울고 싶어져요. 힘들면 그만 돌아오라고 해요. 그래서 정말 힘들 때는 아빠와 통화해요. 아빠는 ‘마음 단단히 먹어라’며 격려해 준다”고 말한다.

전지희는 싱가포르의 여자 탁구 에이스인 펑티안웨이(세계 4위)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 역시 중국에서 귀화한 여자선수이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전지희도 펑티안웨이처럼 중국선수를 잡고 올림픽 정상에 서고 싶은 게 꿈이기 때문이다. 전지희는 “2008년 베이징 때는 (당)예서 언니가, 런던올림픽에는 (석)하정 언니가 나갔잖아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제 차례죠. 1년밖에 남지 않은 인천 아시안게임은 저한테는 첫 국제대회니까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박병헌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