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왼쪽에 돌기둥을 등에 지고 네모나게 그려진 연못은 경회루 터다. 아래쪽 가운데 돌무더기 같은 것은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으로 짐작된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곳은 근정전 등 각종 전각들이 자리했던 곳이다. 조선의 정궁(正宮)으로 나라와 왕실의 존엄을 상징했던 경복궁은 한때 이렇게 쓸쓸한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당당함과 위엄은 찾을 수가 없다. 임진왜란에 불타 버린 것을 복원하지 못하고 방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겸재의 ‘경복궁도’는 14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고미술특별전 ‘한양이 남긴 흔적-한양유흔(漢陽留痕)’에서 만날 수 있다. 고려대박물관과의 협력 전시회로 조선시대 한양에서 활동한 화원과 문인화가, 선비들이 그린 그림과 그들의 초상화 100여점을 모았다. 옛날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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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경복궁도. 공아트스페이스 제공 |
2부 ‘왕실, 그 속을 거닐다’ 편에서는 조선시대 궁중기록화와 궁궐을 장식하기 위해 화원들이 그린 궁중화, 사대부들의 초상화 등을 통해 찬란했던 왕실문화와 왕실회화의 예술성을 조명한다.
겸재의 다른 작품 ‘장동팔경(壯洞八景)’은 인왕산과 백악산의 명소를 그린 것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다. 단원의 부채그림 ‘죽리탄금도(竹裏彈琴圖)’, 추사 김정희가 아들에게 그려준 ‘시우란(示佑蘭)’ 등도 보는 이의 눈을 호강시킨다. 영조의 활쏘기 의례가 기록된 ‘대사례도(大射禮圖)’도 출품된다. 작가미상의 ‘왕세자두후평복진하도병(王世子痘候平復陳賀圖屛)’은 19세기 궁중 행사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02)735-9938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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