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안 로버트슨 지음/이경식 옮김/알에이치코리아/1만5000원 |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대처 켈트너는 3명이 한 조를 이룬 집단에서 무작정 한 사람을 ‘조장’으로 택해 다른 사람의 토론 성적에 점수를 매기는 일을 맡겼다. 토론이 끝난 후 5개의 쿠키가 담긴 접시를 가져와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5개 중 3개는 3명이 각각 하나씩 먹었다. 그럼 네 번째 쿠키는 누가 먹을까. 대부분의 경우 조장이 네 번째 쿠키를 먹었다.
아카데미상 수상자는 후보에만 오른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4년을 더 살았다. 또 권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에서는 원칙을, 자신의 일에서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간 ‘승자의 뇌’에서 저자인 이안 로버트슨이 권력 혹은 승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보여주기 위해 제시한 연구실험 사례다. 저자는 아일랜드의 인지신경과학자로, 그의 저서 중 상당수가 인지재활 분야의 교과서로 꼽히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승자 효과(Winner Effect)’다. 저자는 6개의 장으로 나눠 인류의 오랜 관심사였던 ‘승리’에 대한 여러 의문에 답하고 있다. 승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또 승리가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뇌신경과학과 인지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권력은 사람의 뇌 속 화학적 상태를 바꾸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인생관까지 바꿔 놓는다. 특히 권력을 쥐면 공격적 성향을 담당하는 테스토스테론, 쾌락·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증가하는데, 이는 마약을 복용했을 때의 환각·쾌락 증상과 비슷하다.
그래서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권력욕이 강한 지도자가 승리를 거둔 후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히틀러 등 수많은 독재자들은 권력에 중독되어 늘 도파민 결핍을 느꼈다.
반면 권력욕이 약한 사람은 승리를 했는데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수치가 올라간다. 이같이 증가된 코티졸은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말 것이다. 이 때문에 한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최소한의 권력욕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