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치르며 ‘황금기’ 구가, 안성탕면 등 베스트셀러 등장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한 라면이 국내에 선보인 지 50년이 됐다.
도입 50년 만에 라면은 쌀을 잇는 우리나라 제2의 주식이 됐다. 굶주림을 면하는 ‘한 끼 때우기’용 식품이 지금은 웰빙 라면으로 진화하면서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라면은 1960년대 보릿고개를 겪고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배고픔을 잊게 해준 ‘신의 선물’이었다. 1963년에 처음 선보인 라면은 50년이 지난 현재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이 경쟁하며 2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중국 등 해외에서도 한국 라면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어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라면을 처음 접한 것은 1963년이다. 당시 삼양식품은 국내에 처음으로 라면을 출시했다. 중량은 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이후 1965년 9월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가 ‘롯데라면’을 출시하며 국내 라면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초창기 제품들은 지금과 달리 닭고기 육수를 원료로 했다. 보릿고개 시절에 지금과 같은 소고기 육수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정부가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정책을 장려하면서 라면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산업이 됐다. 라면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농심과 삼양식품 이외에도 7∼8개 라면 제조업체가 뛰어들면서 라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치르며 ‘라면 황금기’ 맞아
1980년대 한국사회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고도 성장기를 맞았다. 이 시기는 ‘라면 역사의 황금기’라 불릴 만하다. 농심의 ‘너구리(1982년)’ ‘육개장 사발면(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신라면(1986년)’과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의 ‘팔도비빔면(1984년)’ ‘도시락(1986년)’, 오뚜기의 ‘진라면(1988년)’ 등 지금까지도 라면시장을 이끌고 있는 베스트셀러들이 이시기에 선보였다. 이 시기엔 라면산업사에 영원히 기록될 ‘사건’도 잇따랐다. 라면시장 부동의 1위였던 삼양식품과 2등이었던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1985년 3월을 기점으로 역전됐다.
농심은 스테디셀러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안성탕면, 짜파게티를 앞세워 라면시장에서 왕자로 등극했다. 이듬해인 1986년 농심은 한국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신라면’을 출시해 2위와의 간격을 더욱 벌이며 시장을 선도하게 된다.
1989년에는 검찰이 “삼양라면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우지파동’ 사건이다.
◆국민 1인당 한 해 64개 먹는다
연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라면은 약 35억 개. 국민 1인당 한 해 64개의 라면을 먹는 셈이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라면 시장은 약 1조9600억원 규모이고 지난해에는 2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의 70% 이상을 농심이 차지하고 있고 삼양식품, 오뚜기식품, 한국야쿠르트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해 라면 시장은 ‘빨간 국물’과 ‘프리미엄’이 대세다.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삼양라면의 빨간 국물 4강은 여전히 건재하고 제조업체들은 고추비빔면, 진짜진짜, 불닭볶음면, 남자라면, 열라면 등 맵고 강한 맛의 빨간 국물 라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라면 시장 매출액 순위 상위 10개는 짜파게티를 제외하고는 모두 빨간 국물 라면이었다.
프리미엄 라면도 새 트렌드다. 지난해 10월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국외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 재등장 했고 판매 한 달 만에 600만 개가 팔리면서 성공을 거뒀다.
◆음식 한류 주역 부상
농심은 신라면을 지구의 ‘지붕’이나 다름없는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에서 지구 최남단 도시인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8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4억5000만달러를 달성했고 올해는 5억7000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초 세계 1위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영국의 주요 대형마트인 모리슨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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