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나 ‘스타쉽 트루퍼스’를 감명 깊게 본 독자라면 배명훈(35·사진)씨의 이 중편소설에 분명히 끌릴 것이다.
다른 많은 공상과학(SF)영화와 마찬가지로 ‘청혼’이 그려낸 인류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인류는 지구에서 태어난 사람과 우주 공간에서 출생한 사람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는다. 지구는 끊임없이 침입하는 외계인에 맞서 거대한 군대를 운영한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군대는 각종 첨단무기를 동원해 매일 피비린내나는 전투를 벌인다.
‘나’는 외계인과 싸우는 우주선의 작전장교다. 이른바 ‘우주 태생 인류’라 지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지구에 사는 애인이 있다. 소설은 ‘나’가 매일 전쟁터에서 겪은 일들을 애인에게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광활한 우주를 지배하는 여러 자연법칙과 우주선의 복잡한 비행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저자의 과학기술 지식이 빛난다. 배씨는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뒤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 당선으로 등단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그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전쟁의 와중에 ‘나’는 애인한테 반지를 보낸다. “고향이 생겼어. 네가 있는 그곳에.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해병대와 공군의 특성을 비교한 소설 한 대목이 흥미롭다. 명령이 떨어지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용감무쌍한’ 해병대와 명령의 타당성 여부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뺀질뺀질한’ 공군…. 공군에서 복무하고 제대한 기자는 이 부분을 읽으며 한참 웃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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