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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혁명’… 석유화학 ‘울고’ 기계부품 ‘웃고’

입력 : 2013-07-21 21:32:18 수정 : 2013-07-21 21: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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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 기술기반 美 대규모 증산나서
美 경제 성장… 국내 증시 상승세
중동설비 공략해온 국내기업엔 악재
화학·정유 등 수출주도 상승세 제한
‘셰일혁명’이 세계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한 세기 넘게 세계 에너지 시장을 점령한 석유 위상이 신흥 강자인 셰일가스·오일에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수입국이었던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혁명은 세계 정치·경제 지형을 뒤흔들 전망이다. 셰일혁명의 본격화는 에너지 수입국이자 석유화학·조선·플랜트 수출국인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셰일가스·오일

‘셰일(shale·혈암)’은 입자 크기가 작은 진흙이 퇴적되어 형성된 퇴적암이다. 이 셰일층에서 만들어진 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힌 가스가 셰일가스다. 기존 천연가스가 일부 지역에 집중 분포하는 것과 달리 셰일가스는 세계에 널리 퍼진 점이 특징이다.

셰일가스는 이전까지는 개발하기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었다. 그런데 1999년을 전후해 미국 데본에너지 등에서 수압파쇄 기술과 수평시추법을 도입한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모래와 화학 첨가물을 섞은 물을 시추관을 통해 지하 2∼4㎞밑 바위에 분사해 바위 속에 갇혔던 천연가스가 바위 틈새로 모이면 장비를 이용해 이를 뽑아낸다. 현재 확인된 매장량은 187조5000억㎥로 세계가 60년간 사용할 양이며 석유 가격으로 계산하면 배럴당 35달러 수준까지 개발비용이 떨어졌다.

셰일가스와 함께 매장된 원유인 타이트 오일도 셰일오일로 불리며 세계 에너지 시장의 신성이 됐다. 역시 수압파쇄·수평시추공법 덕택으로 배럴당 50∼80달러 수준까지 개발 가격이 낮아져 유전 개발의 수지타산을 맞추게 된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르네상스

현재 셰일가스 최대 매장국은 중국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한 시추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대신 2위인 미국이 선진기술과 촘촘하게 전 국토에 깔린 파이프라인 등 강력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개발·생산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앞으로 100년가량을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다”고 셰일가스 개발에 자신감을 나타냈을 정도다.

셰일혁명 파장은 에너지 시장 패권 이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너지 시장은 1882년 미국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 설립 이후 엑손모빌, 셸, BP 등 세계 7대 석유기업 독과점으로 움직이다 1960년 OPEC 설립 이후 중동으로 넘어간 상태다. 그런데 셰일가스·오일 개발 붐으로 기술과 대형 유전을 미리 확보한 석유기업과 미국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미국은 무엇보다 무역 적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원유 수입을 크게 줄이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균형재정 달성마저 기대할 수 있다.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도 감소는 이 지역 군사 중요성 감소 및 중국 견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천연가스를 연료삼은 자동차, 헬리콥터, 항공기, 선박 등의 개발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주도할 전망이다.

◆셰일혁명의 명암

셰일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경제다. 반면 중동과 천연가스 강국 러시아엔 악재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다. 중동 시장의 위축은 일단 이 지역 공략에 주력한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에 안 좋은 소식이다. 설비 투자가 늘어날 미국은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이 충분히 발현하거나 수익을 얻기 어려운 시장이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북미기업이 대규모 증산에 나서게 되면 국내 기업은 원가 경쟁력 악화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조선업종은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북미지역 LNG선박 주문은 늘어나더라도 그만큼 타지역 LNG선박 주문은 줄어들 수 있다. 또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도 이전과 달리 생산지역에서 주로 소비돼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계·부품산업은 국내 기업 분발이 예상된다. 셰일혁명에 따른 가스 관련 첨단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데 국내 기업은 아직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다른 분야에서 확보한 정밀 기계·부품 역량을 감안하면 미국·일본·유럽 선진기업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며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주식시장으로서는 미국경제 성장과 유가하락이라는 호재로 전반적 반등 가능성이 기대된다. 그러나 화학, 정유 등 산업재 관련 수출주의 상승모멘텀이 제한되는 등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만큼 산업별 장기전망에 따른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셰일혁명의 에너지 안정화 효과로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개별 산업엔 부정적 영향과 새 시장창출이란 기회가 엇갈린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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