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는 5일 확정·발표한 ‘지역공약 이행계획’에서 167개 지역공약 사업을 모두 이행하는 데 12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공약 135조원을 합치면 박근혜정부 5년간 공약 실행에만 약 260조원이 든다.
167개 지역공약 사업 중 해당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한 계속사업 71개에 드는 소요재원은 40조원이다. 국비 기준으로 보면 올해까지 8조3000억원(2013년 3조원)이 집행되며 2014∼2017년 11조4000억원, 박근혜정부 임기 이후인 2018년부터는 6조3000억원이 들어가 총 2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계속사업만 본다면 박근혜정부 임기 기간 지역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국비는 총 14조4000억원으로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신규사업이다. 96개 신규사업은 아직 사업내용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재원소요 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 전체사업을 모두 추진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비와 지방비, 민자를 합친 총사업비가 8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국비, 지방비, 민자 등 재원 간 분담비율은 물론 연차별 소요계획은 사업내용이 구체화돼야 확정할 수 있다.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되거나 예산소요액이 추가돼 총 재정소요가 124조원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은 정부안대로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예산 마련이 의문시되는 무책임한 발표라는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민과 약속한 지역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안을 만들 때 당과 협의해서 지역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중앙(정부 차원의) 공약 이행을 위한 135조원의 예산 마련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방공약 사업에 124조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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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 활성화”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과 방문규 예산실장(오른쪽), 김상규 재정업무관리관(왼쪽)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역공약 이행계획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 정부가 지방공약 이행계획을 세웠지만 실질적인 재원 부담은 차기 정부가 질 것으로 보인다. 생색은 현 정부가 내고 짐은 차기 정부가 질 공산이 크다. 사업추진 과정이 길고 복잡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사업 착수까지 수년이 걸린다. 박근혜정부 임기 후반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사업이 시행되거나 아예 사업 착수조차 못하는 사업이 있을 수 있다. 지자체의 재원 부담이 확대되는 점도 문제다. 무상보육 등 복지재원 소요 증가로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열악해져 배분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를 느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민간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투자사업방식인 BTL(Build-Transfer-Lease)의 민간제안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BTL은 민간이 공공시설을 지어 정부에 이를 임대해 주고서 시설임대료와 운영비 등을 받는 방식이다. 또 민간이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준 뒤 운영만 하는 BTO(Build-transfer-operate)와 BTL을 섞은 혼합형 민간투자사업도 활성화한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철도사업 등에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 혼합형 사업 세부요령을 만들어 정부고시사업은 우선 추진하고 민간제안사업은 BTL 민간제안 허용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사업에 따른 재정투입은 적지만 향후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재정으로 보전해 주던가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이 높은 비용을 내며 이용해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민간투자로 해서 민간 쪽에서 적자가 나게 되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보전을 해줘야 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충실히 해서 지방 SOC 사업 중 불필요하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아예 시행을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귀전, 김채연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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