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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폐광서 문화예술공간으로 ‘화려한 변신’

입력 : 2013-07-04 20:48:41 수정 : 2013-07-04 20: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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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현장 삼탄아트마인 지난달 28일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에 있는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을 찾은 기자가 떠올린 단어는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이곳은 원래 1962년부터 연탄의 원료가 되는 무연탄을 캐내는 탄광이었다. 당시 국내 최대의 민영 탄광이었다. 그러나 LPG(액화석유가스), LNG(액화천연가스) 등이 보급되면서 점차 연탄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2001년 10월 폐광됐다. 이후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공간이었다.

그 후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곳은 새롭게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를 줄인 삼탄(Samtan)·예술(Art)·광산(Mine)의 합성어이다.

독일 에센에 위치한 폐광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촐페라인 강 뮤지엄(Zollverein Ruhr Museum)을 모델로 했다. 촐페라인은 폐광의 원형을 유지한 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전시실로 거듭난 공간에서 한 관람객이 국내외 유명 작가와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촐페라인처럼 방치되고 돌보지 않았던 이곳 탄광의 모든 것이 예술작품으로 변모 중이다. 기자가 둘러본 전시실 내에는 대부금신청서철 등 당시에 사용하던 서류들이 그대로 전시돼 있어 광원들의 생활을 볼 수 있었다. 광원들의 엑스선 사진이 걸린 샤워실도 눈에 들어왔다. 한 기둥에 4개의 샤워꼭지가 달린 공간으로 총 30개의 샤워기가 설치돼 있다. 샤워기의 낡은 엑스선 사진을 통해 이곳에서 일하면서 깊은 갱도에서 탄을 캐는 일을 하던 광원들에게는 석탄가루로 인한 진폐증으로 고생하던 이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광원들이 채탄작업 후 석탄가루로 더러워진 옷을 모으는 세탁기가 놓인 빨래방은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이곳에 조형물을 세워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기억의 정원’. ‘석탄을 캐는 광부’의 조형물은 1974년 900갱에서 고여 있던 물이 터지는 사고로 희생된 광원들을 기억하는 곳이다.
본관 옆에는 수직갱이 있다. 여기에는 갱도까지 들어가던 레일과 석탄을 운반하던 석탄차(광차), 광차에서 석탄을 운반하던 컨베이어가 움직이던 조차장이 낡은 상태에서 그대로 보존돼 있다. 여기서 광원들은 하루에 400명씩 지하 600m까지 내려가 탄을 캤다.

탄광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을 제작, 수리하던 공장은 레스토랑 832L로 만들어졌다. 해발 832m에 위치했다는 의미다. 손때 묻은 기계들이 와인바가 되고 테이블로 변신했다. 광원들의 몸을 데워주던 보일러실은 ‘붉은벽돌극장’으로 탈바꿈해 연극이나 뮤지컬·영화 등을 상영하는 소극장으로, 전기실은 작가와 함께 공방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장으로 재탄생했다. 미술관 마당에는 1974년 해발 900m에 입구가 있는 갱도에 물이 터져 작업자 전원이 희생됐던 사고를 추억하는 ‘기억의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그대로 보전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조차장. 당시 광부들은 여기서 육중한 철탑에 설치한 도르래(권양기) 줄을 타고서 하루 400여명씩 지하 600m까지 내려가 탄을 캤다.
이곳의 관리운영을 맡은 삼탄아트마인 대표이자 문화예술품 수집가인 김민석 대표가 150여 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의 세계 미술품과 고가구가 이 전시를 위해 분류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곳의 명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삼탄아트마인 김진만 전무는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 폐광 이후 침체한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문화적 정서를 일깨우는 지역 문화 소생 프로젝트”라며 “몸을 데우는 석탄을 캐던 폐광 터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예술광산으로 재탄생하는 것으로 ‘석탄 박물관’ 등 유사 시설과 차별되는 예술 일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글·사진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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