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 20개 달면 봉사 1시간 인정
욕설 일상어였던 아이들 언어 순화
학교폭력 신고도 2012년보다 30% ↓
울산 12개교 ‘선플’ 상위 20권 올라 “너의 멈출 수 없는 끼로 악플 따위 눌러버려!” “너는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 악플 따위에 기죽지 말고 힘내.”
전교생 988명인 울산 남구 동백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초 ‘리틀싸이’로 유명한 황민우(8)군 기사에 단 댓글이다. 황군이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조례시간 강영기 교장선생님에게 전해들은 학생들이 황군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선플(착한 댓글)달기’에 나선 것이다. 동백초는 5, 6월 선플달기 전국 1위 학교다. 선플달기 상위 20위권에는 학생 11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김욱년(51) 교감은 “매주 월요일 조례시간마다 악플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함께 선플을 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선플달기운동 후 욕설을 일상어처럼 쓰던 학생들의 언어습관이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선플을 20개 이상 달면 자원봉사 1시간을 인정해주고, 선플을 많이 단 학생과 학교에 상을 주고 있다. 대신 댓글을 다는 데만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쏠리지 않도록 일주일에 인정되는 자원봉사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했다. 무의미한 댓글을 막기 위해 초·중·고등학생이 각 40자·50자·60자 이상 기사나 게시글과 관련 있는 댓글을 달아야 선플로 인정하고 있다.
선플운동과 함께 수업머리 교육을 병행하면서 효과가 커지고 있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 이름을 딴 이 교육은 수업시작 전 바른 언어습관을 교육하거나 생활예절교육을 하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부모와 교사, 친구들에게 감사와 존경, 칭찬, 격려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생활 속 언어순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월 한달만 빼고는 지난달까지 전국 1위를 차지한 울산시교육청이 선플달기 운동에 나선 건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언어폭력을 먼저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동백초 외에도 울산의 11개 학교가 선플달기 상위 20위권 안에 포함됐다.
상위 20위권 안에 든 울산지역 학교에서는 올 들어 언어폭력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울산시교육청이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교폭력 유형 중 욕설·언어폭력(41%)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카카오톡이나 미니홈피 등 댓글을 통한 사이버폭력(14%)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철 선플국민운동본부 이사장(건국대 교수)은 “선플달기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장난 삼아 친구들에게 욕하거나 생각없는 악플을 다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 MBC ‘아빠! 어디 가?’ 출연자 윤후(7)군을 겨냥한 안티카페가 생겼다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폐쇄까지 이른 ‘자정능력’이 확산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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