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체급 낮춰 형제대결 피해
“상무 입대가 복싱 인생 전환점”
U-대회 앞두고 태릉서 구슬땀 쌍둥이 형제는 똑같은 생김새만으로도 어딜 가나 주목받는다. 만약 쌍둥이가 같은 분야에 있다면? 그 강도는 더 세진다. 달아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좁은 사각의 링에서 “내일은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을 함께 키워가는 ‘쌍둥이 복서’가 있다. 강신조·신좌(24)가 그 주인공. 다음달 7일부터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2013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출전을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강신조·신좌 형제를 13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유쾌한 얘기를 들어봤다.
지금은 복싱이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했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야구나 축구가 부럽지 않은 인기 종목이었다. 만나자마자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주먹 하나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복싱에 입문했다는 등의 거창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답은 뜻밖이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 복싱을 시작하게 됐어요.”

동생 강신좌가 먼저 끼를 발산했다. 강신좌는 복싱 입문 1년 만인 중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 고교(경기체고) 시절에도 강신좌는 전관왕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형 강신조는 좀 처지는 편이었다. 강신조는 “주변에서 동생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방황도 많이 했었죠. 그때 저를 잡아준 건 다름아닌 동생이었어요”라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체급은 형 신조가 -91㎏급이고, 동생 신좌가 +91㎏급(무제한급)이다. 쌍둥이의 특성상 체격이 비슷해 같은 체급에서 뛸 수 있었지만 형 신조가 양보했다. 체중을 줄여 한 단계 낮은 체급으로 바꿨다. 대학 때는 쌍둥이 간의 맞대결 기회도 있었다. 대회 결승에서 맞붙게 된 것. 그러나 부모님이 형제가 서로 주먹을 겨누는 것을 반대하면서 동생 신좌가 기권, 형이 우승했다.
쌍둥이는 모든 게 비슷하다지만 강신조와 강신좌 형제는 생김새만 같을 뿐이다. 형 신조가 활발하고 친화력이 좋은 반면 동생 신좌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둘은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다. 1분 차이로 형과 아우가 결정됐지만 군대에선 동생 신좌가 감히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다는 1년 선임이다. 신조는 “동생에게 존댓말을 하는 게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고 한때 적응하기 힘들었던 군 내무생활을 들려줬다.
둘은 이구동성으로 상무 입대가 복싱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강조했다. 강신조는 “대학 졸업 후 실업팀에 들어가면서 좀 나태해졌다. 상무의 이흥수 감독님을 만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복싱에 전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좌도 “저도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3, 4학년 때는 그렇지 못했다. 상무 입대 후 다시 기량이 진일보해 태릉에 올 수 있었다”며 “이흥수 감독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조와 신좌의 목표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동반 금메달이다. 다음 달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는 둘에게 생애 첫 국제대회이자 아시안게임 제패의 전초전인 셈이다. 둘은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반드시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부모님께 안겨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장단점과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신조는 “신좌의 펀치력이나 연타 능력은 정말 부럽다. 다만 너무 고지식한 점은 고쳤으면 한다”면서 “올해 10월 제대해서 형 대신 먼저 부모님 잘 모시고 있기를 바란다”고 형님다운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신좌도 “형의 빠른 스텝이나 링 위에서의 대담함은 배우고 싶다. 욱하는 성격은 좀 버렸으면 좋겠다”면서 “형도 열심히 해서 내년 10월 제대할 때까지 국가대표 타이틀을 유지해 태릉에서 군생활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서로가 자극제이면서도 동반자인 ‘쌍둥이 복서’ 강신조·신좌 형제의 유쾌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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