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與 “대사관 문책해야” 라오스에서 추방된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북송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의 대응 태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이 라오스 탈북자 처리 과정에서 항공편까지 동원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한 반면에 정부는 탈북자들을 인도한 주모 목사의 거듭된 지원 요청에 안이하게 대응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 정부가 전례없이 북한의 탈북자 호송 조치에 조력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라오스 정부의 탈북 청소년 면담 과정에서 북측 관계자가 한국 외교관을 사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주 목사는 면담 과정에 북한 말을 잘하는 이민국 조사관이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북측 관계자가 한국 외교관을 사칭했는지, 이민국 조사관을 가장했는지 진상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동안 탈북자 처리 과정에서 한국 측에 우호적이었던 라오스 정부는 이번에 탈북 청소년을 추방한 이후에야 우리 측에 추방 사실을 알렸다. 탈북 청소년들을 조사한 다음 우리측에 인계해준 전례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한 현지 한국 공관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공관은 10일 이들이 적발되자 라오스 측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고 면담을 시도했다. 그러나 탈북 청소년들이 구금된 18일간 한 차례도 면담하지 못하다가 27일 라오스 당국으로부터 북송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는 북한과 라오스의 전통적인 유대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고위급 인사의 지난해 라오스 방문도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이날 외교부 청사 앞에서 탈북 청소년 추방 사건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고 외교 당국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18일 동안 탈북 고아들을 내버려둔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라오스 당국에 항의서한을 보냈다”며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외교전선에 소홀함이 있으면 관계자를 엄중히 조치하고 탈북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방한한 마거릿 세카기야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북한 아동 9명이 라오스로 갔다가 추방돼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접했다”며 “북송 후 혹독한 고문 등 인권 문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유엔 차원의 깊은 관심과 개선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동진·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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