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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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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08 13:20:27 수정 : 2013-05-08 13: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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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보육법 개정 근본 해결 안 돼
보육교사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부모들이 그나마 신뢰하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더 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저지른 가해 원장 및 교직원의 자격이 취소될 때 길게는 10년 동안 재개원이나 재취업을 제한하고 해당 어린이집 시설폐쇄 조치까지 취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는 사후약방문에 머문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스스로를 직접 보호할 수 없는 영유아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육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지만 대부분의 보육교사는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열악한 환경이 보육의 질을 떨어뜨려 아이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수 있다. 현재 보육교사 1명당 만 1세 미만은 3명에서부터 만 4∼5세는 20명의 아이까지 돌보게 돼 있다. 그러나 초과인원 지침에 따라 연령대마다 2∼3명의 아이를 더 받을 수 있어 만 4∼5세반은 최악의 경우 교사 1명당 23명까지 맡을 수 있다. 부모도 자기 자식 1∼2명을 돌보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교사 1명에게 발달수준이 매우 다른 20명 이상의 아이를 맡기는 것은 비인간적이므로 초과보육은 빨리 중단하고 교사 1명당 영유아수도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

객관적인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현황에 따르면, 월평균 임금은 약 111만원에 불과하고 평일 근무시간은 평균 9시간 12분이며, 상당수가 초과근무를 하지만 시간외 근무수당은 물론 연차휴가도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육교사 중 93.7%가 이직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열악한 근무조건 하에서는 보육교사의 소진을 유발하기 쉬우며, 이직이 많아 보호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면 영유아 안전보호 역시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적정한 수의 보육교사가 배치되고 임금이 향상됨으로써 근무여건을 개선할 획기적 조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또한 보육교사의 배출경로가 워낙 다양해 최소한의 인성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보육교사를 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이다. 민간어린이집이 시설 수 기준으로 전체 보육시설의 약 95%이기에 보육의 공공성이 사라지고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보육현장에서 질 높은 보육교사를 고용해야 할 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화된 보육환경에서는 어린이집 시설장들의 반대에 부딪혀 국·공립어린이집 신설이 중단되는 어이없는 일도 있고, 보육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나 보조금 횡령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이 어린이집 관계자가 국회의원을 낙선시키겠다고 압박해 자진 철회될 정도로 보육의 공공성 확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결론적으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상황은 단순히 자격 미달의 보육교사만 찾아 처벌한다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정말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가해자 처벌만이 아니라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질 높은 보육교사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보육교사 배출경로를 좀 더 강화하고 처우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보육환경에서 보호받도록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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