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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석조예술 '신의 손'이 만들었나

입력 : 2013-05-02 21:00:26 수정 : 2013-05-02 21: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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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배꼽' 페루 쿠스코 & 주변 유적지 마추픽추 여행은 해발 3400m의 고원도시인 쿠스코에서부터 시작된다.

잉카 제국 군대가 스페인군과 최후의 결전을 펼쳤던 사크사이우아만의 석조 요새. 가장 큰 돌은 160t에 달한다. 당시 잉카인들의 돌을 다루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잉카제국의 수도로 10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쿠스코는 현재 남미 대륙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오래된 도시다. 베이스 캠프 격인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는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관광객은 대개 기차를 이용한다. 쿠스코에는 기차역이 없기 때문에 13㎞ 떨어진 포로이 혹은 60㎞ 정도 떨어진 오얀타이탐보에서 출발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기차로 오얀타이탐보에서 출발하고, 포로이로 돌아왔다. 

마추픽추를 오가는 기차여행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안데스의 날카로운 준봉들과 그 위에 늘어선 구름들, 그리고 활처럼 휘어진 협곡을 따라 흐르는 ‘성스러운 강’ 우루밤바…. 기차는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간다.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은 4, 5일 여정으로 안데스의 협곡과 산자락에 실낱처럼 이어진 잉카 트레일을 따라 걷기도 한다.

기차는 마추픽추 초입의 아구아스칼리엔테에 선다. 아구아스칼리엔테에서 다시 버스로 바꿔 타고 이리 휘고 저리 꺾어진 절벽길을 따라 20분 남짓 올라간다. 버스 아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까마득한 천길 낭떠러지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산길을 20분 정도 올라야 마추픽추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버스를 타고 오르다 보면 가파른 산비탈에 좁은 길이 나 있다. 잉카 트레일이다. 이 길에도 몇 시간에 걸쳐 마추픽추까지 걸어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쿠스코는 원주민이 쓰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중심)’이라는 뜻이다. 전성기에 쿠스코는 인구 100만명에 달하는 거대도시였다고 한다. 지금 쿠스코는 넓은 베란다와 주황색 기와를 얹은 2층집, 성당과 수도원 등 스페인풍 건물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다. 대성당이 자리한 주광장을 보면 영락없는 스페인의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의 뼈대를 잉카인들이 건설했다는 사실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토 도밍고 성당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잉카의 ‘태양의 신전’(코리칸차)을 허물고 이곳에 성당을 지었지만, 대지진으로 성당이 무너지며 코리칸차의 석조 기둥이 드러났다. 

전통 복장을 한 잉카 원주민. 쿠스코는 페루에서 원주민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쿠스코 주변에는 수많은 잉카 유적이 흩어져 있다. 콘도르와 함께 표범을 숭상했던 잉카인들은 수도 쿠스코를 표범의 형상을 본떠 건설했다. 표범의 머리에 해당하는 위치에 들어선 사크사이우아만(해발 3700m). 쿠스코 뒤편 산자락에 들어선 요새이자 신전으로, 1536년 이곳에서 잉카의 부흥세력과 스페인군이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잉카인들은 이곳에 최대 160t에 달하는 돌을 옮긴 뒤 거대한 성벽을 세웠다. 그러나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의 돌을 빼내 쿠스코 성당을 짓는 데 사용하며 지금 성벽은 극히 일부분만 남아 있다.

오얀타이탐보에는 마추픽추보다 조금 일찍 지어진 석조 사원과 계단식 농경지가 남아 있으며, 모라이에는 경작지를 동심원 형태로 조성한 유적이 남아 있다. 물의 신전인 탐보마차이, 요새인 푸카푸카라도 쿠스코에서 멀지 않다.

쿠스코의 산토 도밍고 성당은 잉카인이 세운 태양의 신전(코리칸차)을 허물고 그 위에 건립했다.
잉카인들은 안데스 자락의 산악도시를 중시했지만, 침탈자 피사로에게는 신대륙의 물자를 실어나를 항구도시가 필요했다. 그래서 태평양 연안에 건설한 새로운 수도가 리마다. 리마에서는 옛 시가지인 센트로 지구가 주요 관광지로, 스페인풍 건축물인 대통령궁과 리마시청, 산프란시코 성당 등이 들어서 있다. 해변 풍경을 즐기기에는 신시가지인 미라플로레스 지구가 좋다. 이곳에는 해안절벽 위에 포옹하는 남녀 동상을 세운 ‘사랑의 공원’이 조성돼 있다.

리마의 산프란시코 성당에는 스페인의 수탈자 피사로의 미라가 안치돼 있다. 거기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산마르틴 광장에는 스페인으로부터 남미를 해방한 산마르틴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독립영웅과 침탈자가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땅을 딛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페인이 통치했던 30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원주민과 스페인인의 혼혈인인 메스티소가 인구의 절반을 넘으며 약탈자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된 것일까. 역사는 이같이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구분하기 힘든 것인가.

쿠스코·리마=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

쿠스코 등 안데스 고산지대에서는 고산병에 유의해야 한다. 두통과 복통, 식욕부진이 대표적인 증세다.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걸으면 숨도 가빠진다. 충분히 휴식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현지인들은 코카차를 자주 마시고, 코카잎을 씹는 게 효과가 있다고 권한다. 항공기는 미국의 애틀랜타·댈러스·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리마행으로 갈아탄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마추픽추행 기차(www.perurail.com)는 가격대별로 네 종류가 있다. 마추픽추 입장권은 131누에보솔(1누에보솔은 약 420원). 하루 입장객이 마추픽추는 2500명, 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제한된다. 건기인 5∼9월 성수기에는 최소한 3개월 전에 온라인 예매(www.ticket-machupicchu.com)를 해야 한다. 페루에서는 비행기 연착·연발이 잦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진관광(1566-1155)에서 페루 일주 10일 상품을 판매하고, 롯데관광(02-2075-3400)에서 남미 15일 상품을 내놨다. 페루 관광청(www.peru.travel) 한국사무소 GEOCM 070-4323-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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