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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영화 재개봉 열풍, 도대체 왜?

입력 : 2013-05-02 08:39:20 수정 : 2013-05-02 08: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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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영화 재개봉 바람이 은근히 뜨겁다. 지난해 말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1992)가 무삭제로 재개봉했고, 올들어 ‘레옹’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디렉터스 컷 버전으로 재개봉했다. 레옹과 마틸다의 베드신 등 당시 심의기준에 의해 삭제된 장면들이 복원됐다.

할리우드에서는 ‘타이타닉’(1999), ‘스타워즈’(1999) 등 SF와 ‘라이온 킹’(1994), ‘몬스터주식회사’(2001), ‘니모를 찾아서’(2003) 등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만든 영화들을 3D로 재가공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타이타닉 3D’는 한국 극장가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98년 일본대중문화 개방으로 정식 수입돼 감각적 일본감성의 로맨스로 국내 팬들을 사로잡은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1995), ‘4월 이야기’(1998)도 다시 영화관에 걸렸다. 5월에는 90년대 대표적 유럽 로드무비로 손꼽히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7)가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90년대에 20대를 보낸 30, 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그때는 어려서 풍문으로만 듣고 볼 수는 없었던 영화를 더 젊은층에게 선보이며 새로운 관객층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90년대 인기영화들도 세대를 초월한 고전명작이 돼가는 추세다.

무엇보다 구매력이 큰 30, 40대를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것이 ‘장사가 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극장가에 ‘90년대 복고’ 열풍을 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입증됐다. 90년대 학번들의 추억 코드를 고스란히 투영한 이 영화는 410만 관객이라는 신기록으로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기말에 20대를 보낸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추억마케팅은 선풍적일 수 있다는 지표가 됐다. 군소 영화사들이 판권을 재구입까지 해가며 90년대 스타일의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외화를 다시 극장에 거는 이유다.

경제발전기인 70년대에 태어난 이들 세대는 90년대에 ×세대라 불리며 물질적 풍요를 한껏 누렸다. 386세대도 대학가를 사로잡고 있던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대학시절을 문화적으로 향유하며 보낼 수 있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89년 단행된 해외여행과 해외유학 자유화로 외국문물의 수혜도 거침없었다. 이들은 문화생활에 들어가는 씀씀이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안정기에 접어들며 놓칠 수 없는 소비 중추세력이 됐다.

‘머릿수’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69, 70, 71년 한 해 100만명 이상 태어나 제2의 베이비붐 세대로 통하며 출산 인구수의 정점을 찍었던 이들이다. 이 연령대에서 한 번 유행되면 소비성향과 맞물려 그 어느 세대에서보다 큰 매출효과를 볼 수 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배급하는 엣나인필름 측은 “자체 영화제 등을 통해 다시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면 ‘노킹 온 헤븐스 도어’ 같은 90년대 영화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며 “요즘 향수 마케팅은 30, 40대가 메인타깃이라 90년대 홍콩영화 중흥기를 이끈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작품 등도 재개봉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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