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2000만원대 수입차는 10여종이다. 이 중 포드 포커스(2990만원), 지프의 컴패스(2950만원), 도요타 라브4 2WD(2980만원), 미쓰비시 랜서(2990만원) 등은 2000만원대를 작심한 가격이다. 10만∼50만원만 더하면 앞자리 숫자가 달라진다.
피아트 친퀘첸토 팝과 라운지(2690만∼2990만원), 혼다의 뉴 시빅(2590만∼2790만원), 닛산의 박스카 큐브(2260만∼2560만원), 세계적 베스트셀링카 도요타 코롤라(2560만원), 해치백인 푸조 208(2630만∼2990만원), 시트로엥 DS3(2890만∼2990만원) 등도 2000만원대인데, 일부 트림은 겨우 ‘턱걸이’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를 의식해 구성품 일부를 변경하거나 제외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0만원대면 웬만한 국산 중형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이라서 장사가 잘 됐을 법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등록된 수입차 13만858대의 2.1%인 2696대가 2000만원대 수입차들이 나눠 가진 시장이다.
해외에서 더 잘나갔던 차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도요타의 굴욕’을 불러온 코롤라는 1966년 이후 세계에서 3700만대가 팔렸다. 한국토요타는 2011년 3월 ‘40초에 한 대씩 팔렸다’는 코롤라를 출시하면서 그해 1800대를 목표치로 잡았지만, 지난 3월까지 총 314대가 팔렸을 뿐이다. ‘너무 흔한 차’라는 게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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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큐브 |
지난해 세계에서 100만대가 팔린 포드 포커스 디젤은 지난 1월 중순 국내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고작 88대 팔렸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시트로엥의 DS3는 174대가, 지난해 11월 출시된 푸조 208은 188대가 주인을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 1000대 이상 팔린 수입차가 10종 이상 나오기 시작한 게 불과 5년 전”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까다롭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값싼 수입차일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정비 비용이 더 커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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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폴로 |
박동훈 사장은 올해 2000대 판매가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진이 80만원가량일 정도로 독일 판매가보다 싸지만 폴로는 결코 ‘깡통차’가 아니다”며 “20·30대가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폴로는 ‘잘 달리는’ 차가 아니다. 가격을 낮추려고 가죽시트나 비싼 사양 일부를 제외했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낮은 가격으로 인한 대중적 이미지가 오히려 판매에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박 사장은 “수입차 소비자는 이젠 ‘특별한 것’보다 ‘다른 것’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골프와 고객이 겹쳐 부진할지, 돈이 부족한 잠재적 골프 오너까지 폴크스바겐으로 끌어들일지는 한두 달 안에 결판난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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