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 신갈에 산다는 김유례(64)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12시간을 돌아다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왕 조용필(63)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23일은 '조용필 데이'와 다름없었다. 10년 만인 이날 발표된 조용필의 정규 19집 '헬로'는 이들에게 삶의 단비와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부터 하루는 조용필 관련 뉴스로 시작됐다. '위대한 탄생' '미지의 세계' 등 조용필 팬클럽 회원들을 비롯해 팬 500여명이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 서린동 영풍문고 종로점 앞에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용필의 사인이 담긴 CD 450장을 선착순 판매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날 영풍문고가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여는데도 사람들의 줄은 오전 6시부터 만들어졌다. 문을 열자 서점 안에는 조용필 사인 CD를 사려는 사람들로 만들어진 줄이 이리저리 구부러졌다. 오프라인에서 선주문 2만장을 기록한 '헬로'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낮 12시부터는 온라인이 들끓기 시작했다. '헬로' 수록된 동명 타이틀곡을 포함, 10곡이 음원사이트에 일제히 공개된 것이다.
'헬로'는 공개와 함께 벅스뮤직,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싸이월드 뮤직에 실시간 1위를 찍었다. 멜론과 엠넷닷컴, 소리바다 등에서는 2위로 차트에 진입했고 올레뮤직 4위, 몽키3에는 10위로 들어왔다. 결국, 이날 9개 주요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헬로' 외 대부분 곡도 10위 안에 들었다.
이날 '조용필' '조용필 헬로' '헬로' 등의 검색어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종일 장식했다.
오후에는 미디어의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헬로' 발매 기념 '프리미엄 쇼케이스'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무려 200여개 미디어 400여명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취재를 왔다.
조용필은 이러한 반응에 "생각지도 못했어요. 저는 그냥 음악인으로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을 편하게 시작했는데 여러분의 높은 관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바운스' 가사에 나오듯이 심장이 바운스(뛴다) 바운스되네요. 여러분 고맙습니다."
자신과 신곡 '젠틀맨'으로 각 음원차트에서 경합 중인 월드스타 싸이(36)에 대해서는 "싸이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새 앨범을 녹음하면서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프리미엄 쇼케이스'는 역시 '가왕'이라는 탄성이 쏟아져나오기에 충분했다. 1시간30분 가량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이날 쇼케이스는 조용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씨줄과 날줄로 직조됐다. '헬로'에 대한 소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용필을 존경하는 후배들이 부른 그의 기존 히트곡 사이에 '헬로' 수록곡들이 흘러나왔다. 이를 통해 한국 가요사에 길이 빛날 조용필의 미래가 자연스레 점쳐졌다.
쇼케이스는 비주얼 아티스트 룸펜스(32·최용석)가 작업한 타이틀곡 '헬로'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보컬그룹 '팬텀'이 "조용필처럼 '늘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노래하고 싶어" 제목을 붙인 그들의 자작곡 '조용필처럼'을 불렀을 뿐 후배 가수들은 조용필의 히트곡을 자신들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인디록밴드 '국카스텐'이 '모나리자', 가수 박정현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록밴드 '자우림'이 '꿈'을 리메이크했다.
후배들은 노래를 부른 뒤 일제히 조용필에 대한 존경심을 전했다. "선생님께서 활동을 해주시면 저희가 계속 따라가도록 하겠다."(이디오테잎), "앨범을 내줘 감사하다."(국카스텐 보컬 하현우), "축하한다기보다는 감사하다."(박정현)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크고 작은 무대를 섰지만 올 때부터 떨리는 무대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오늘 무대는 너무 떨렸다"면서 "매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새 앨범을 기다린다. 앞으로도 영원히 저희의 '조용필'이 돼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래 사이에 '충전이 필요해' '널 만나면' '설렘' 등 리듬이 강조된 곡들과 '어느 날 귀로에서' '말해볼까' '걷고 싶다' 등 발라드 라인, '서툰 바램' '그리운 것' 등 실험적인 곡들이 다양한 영상과 함께 공개됐다.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니카가 강하지만 '조용필화'된 곡들이 인상적이다.
조용필은 '바운스'를 비롯해 그와 절친한 송호근 교수(57·서울대 사회학)가 노랫말을 붙여 화제가 된 '어느날 귀로에서', 래퍼 버벌진트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헬로'를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과 함께 들려줬다.
마지막에는 이날 힘을 실은 후배 가수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노래를 함께 부르고 팬들에게 다 같이 인사를 전했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팬들의 2000여 팬들의 환호는 한동안 이어졌다. 상당수를 차지한 중년 여성들은 이날만큼 소녀 시절로 되돌아갔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김명심(62)씨는 "오빠 조용필의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 "이번에는 오래 기다렸는데 계속 새 앨범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10, 20대 팬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 산다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조용필 선생님의 무대를 직접 보게 돼 영광"이라면서 "요즘 아이돌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노련함이 묻어나 우리가 듣기에도 정말 좋다"고 만족해했다.
이날 쇼케이스는 200여개 미디어에서 400명 이상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네이버 등 인터넷을 통해 중계됐다. 그룹 '빅뱅' 멤버 태양과 그룹 '포미닛' 멤버들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조용필은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출발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 '헬로' 준비에 돌입한다. 19집의 인기에 힘입어 인터파크의 표 예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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